기자수첩
김금란기자청소년들 사이에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화제다.
기성세대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4명을 지칭하는 'F4'가 암호처럼 들리지만 학생들 사이에는 학원은 빠져도 드라마는 챙겨봐야 하는 중독드라마로 꼽힌다. 일단 재벌 자제들이 다니는 특목고(특수한 계층의 부모가 목적을 갖고 세운 학교)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외국물을 먹고 왔다. 이런 와중에 남자 주인공의 주된 대사는 "나보다 돈 많아"다. 돈자랑을 입으로 한다. 남자 주인공 사이에 등장한 여주인공 '금잔디'. 일명 돈없고 빽없고 가방끈도 짧은 여주인공은 힘들 때마다 외친다."니들이 짓밟으라고 내가 잔디인줄 아냐"고.
경제불황으로 다들 '사는 게 지옥'이라는 말을 무의식 중 내뱉을 만큼 세상이 힘들다. 머리도 식힐 겸 접하게 된 드라마조차 가진 자, 못가진 자 사이의 괴리감까지 갖게 만든다. 며칠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수학 여행가는 데 2000만원이래. 그게 얼마야 "라고 묻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역시 드라마 얘기다.
수학여행지는 유럽 한 달 코스, 경비는 2000만원.
현실적인 공감대를 갖기가 힘든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니 올해 도내 466개 초·중·고교가 도내에 있는 수련시설이나 국내 유명관광지를 수학여행지로 잡아 놓았다. 수학여행 경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한 방침이다. 학부모는 콩나물값 한푼에도 벌벌 떤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드라마를 보면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다리가 길어보이는 교복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고, 자율적인 학교분위기를 감지했을 수도 있다.
원작가 가미오 요코의 상상력이 발휘된 드라마를 보면서 청소년들이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만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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