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단지 조성해준다더니”… 뿔뿔이 흩어진 원주민들
“이주단지 조성해준다더니”… 뿔뿔이 흩어진 원주민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10.15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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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대덕리 내년 담수 목표 저수지 제방공사 한창
농림부 “농업진흥지역 해제 불가” … 이주단지 무산
주민 대부분 보상금 수령·이탈 … 농어촌공사 포기
이사할 곳 마련 못한 고령자 홀로 거주 … 위태위태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덕리(큰덕골)에 조성중인 저수지 축조현장 제방 둑쌓기 등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가구가 이주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덕리(큰덕골)에 조성중인 저수지 축조현장 제방 둑쌓기 등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가구가 이주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덕리(큰덕골) 저수지 공사장. 이곳에서는 내년 담수를 목표로 저수지 제방공사가 한창이다. 15일 공사장에 투입된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분주히 움직이는 한가운데 주택 한채가 위태롭게 놓여있다.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공사장 한복판의 주택에는 이주단지 조성계획이 무산되면서 이사할 곳을 마련하지 못한 고령의 원주민 배영규씨(86)가 홀로 살고 있다. 이 주택은 배씨가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 2015년 겨울 완공한 신축건물로 9년 만에 물에 잠기게 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청주지사는 미원면 대덕리에서 대덕지구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보조금지원사업으로 국고 270억원, 시비 43억원 등 총 313억여원이 투입됐다.

저수지(수원공) 공사가 한창인 대덕리 큰덕골은 곤산 배씨 집성촌으로 외지인 포함 10가구 가량 살았다. 건설되는 저수지는 바닥면적 5만평(약 18만㎡)에 저수량은 약 55만톤으로 소형이다.

소형저수지이지만 완공되면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다. 수몰가구 거주자는 대부분 팔구순의 고령자로 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저수지 건설로 마을 전체가 수몰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는 등 반발했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주민들에게 살던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농어촌공사가 주민들에게 약속한 이주단지 조성예정지는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300~400m 정도 떨어진 구산마을이었다.

2019년 가을 보상을 위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가 실시됐고 그해 겨울부터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주단지계획 역시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보상금 지급이 상당히 진행됐을 무렵 이주단지 조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주단지 조성 예정지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주지 않으면서다. 이주단지 조성을 위한 청주시와의 도시계획변경 협의, 충북도와의 농업보호구역 변경도 불가 통보를 받았다.

주민들은 “2020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해제 불가 통보를 받았음에도 6월 계획변경 설명회를 하기 전까지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주단지 조성에 진심이 없었다, 마을주민들이 저수지 조성으로 모두 고향에서 쫓겨난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치단체는 사업만 승인해 줄 것이 아니라 사업 진행과정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단지 조성이 무산되면서 수몰민 대부분은 지난 2022년 이전에 뿔뿔이 흩어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배씨도 저수지가 담수되기 전 이사를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갈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청주지사 관계자는 “수몰민들을 위한 이주단지 조성 예정지의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안되면서 대체부지를 마련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보상금 수령과 함께 이탈하면서 이주단지 조성 조건인 10가구 이상을 충족할 수 없어 단지조성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엄경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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