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세제삼킨 여아 9곳 거부 … 80㎞ 거리 충남대병원 이송
주말과 휴일사이 충청권에서 응급처치를 요하는 8세 환아들이 2~3시간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타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0시24분쯤 청주시 서원구에서 A군(8)이 고혈당 증세로 인슐린 투여가 시급하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소아당뇨 환자인 A군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물색했으나 충북은 물론 인근 충남·세종·대전지역 병원 9곳으로부터 소아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당했다.
A군은 신고접수 2시간30여분이 지나고 자정이 돼서야 청주에서 110㎞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에 이송됐다.
무사히 치료받은 A군은 현재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응급상황 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환자의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며 “당수치를 낮추는 처치를 하면서 최대한 빨리 이송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6시40분쯤 충남 천안에서는 실수로 세제를 삼킨 B양(8)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았지만, 소아 응급전문의가 없어 3시간여 만에 집에서 80㎞ 떨어진 대전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B양은 전날 오후 세제가 들어 있는 병을 물병으로 착각해 마신 뒤 목에 통증을 느꼈다.
응급처치가 필요한 B양은 처음 순천향대 천안병원을 찾았지만, 소아 응급전문의가 없어 진료받지 못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소아 응급전문의가 1명만 근무해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낮 시간대에만 소아 응급 환자를 돌볼 수 있다.
출동한 구급대는 관내 또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단국대병원을 비롯해 인근 의료기관 9곳으로부터 B양의 이송을 거부당했다.
단국대병원 측은 “소아 중독을 치료할 전문의가 부재한 상황이었다”며 “배후 진료까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구급대는 오후 9시49분쯤 천안에서 80㎞ 떨어진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B양을 이송했다.
/이용주·천안 이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