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實感)나는 문화유산
실감(實感)나는 문화유산
  • 오승희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 승인 2023.11.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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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오승희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오승희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지난 11월21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실감콘텐츠 `1887 경복궁 진하례'를 공개했다. `1887 경복궁 진하례'는 조선 신정왕후 조씨(효명세자 비)의 팔순을 축하하는 궁궐행사를 디지털로 복원한 것으로, 근정전에 방문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증강현실(AR)로 진하례의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활용, 내 캐릭터가 진하례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근정전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궁궐의 현장을 느껴볼 수 있는 셈이다.

실감콘텐츠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혹은 혼합현실(MR)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감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최근에는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인 확장현실(XR)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확장된 현실을 창조하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9년 이후 실감콘텐츠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2021년 국외 디지털콘텐츠 시장조사'에 따르면 실감콘텐츠의 시장 규모는 2019년 158억달러를 기록하였고, 2021년 401억달러로 성장하였다. 당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실감콘텐츠 시장을 급속도로 증가시킨 셈이다.

이는 문화유산 활용 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유튜브에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만 검색해도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문화유산은 국민 모두의 것이지만 시·공간적 제약, 혹은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유산을 향유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이런 이들을 위해 기존 문화유산이 가진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 누구나 손쉽게 멀리 있는 문화유산도 쉽게 만나고,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감콘텐츠가 적극 도입되었다. 잘 만들어진 실감콘텐츠는 문화유산 보존과 교육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용가치가 높다.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화유산 훼손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으며, 역사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보여지듯 생생하게 재현되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렇듯 생동감 있는 교육은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유산 실감컨텐츠는 서울, 경주 등 고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메이저급 기관이나 일부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다룬 경우는 극히 한정적이다. 기 제작된 경우는 대부분 문화유산 현장을 간접적으로 관람하는 가상현실(VR) 영상이 주를 이룬다. 또한 실감형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장소의 제한성이 없다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서버유지비 등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특정 장소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그 예로 2021~2022년 실감형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서울이나 경주, 국립문화시설 등 관광객이 많은 장소로만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실감콘텐츠를 통한 문화유산 활용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주제를 선정하여 질좋은 콘텐츠를 창출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혜택이 고르게 분배될수 있도록 해야할 시점이다. 콘텐츠의 주제를 다양화해서 전국의 문화유산이 고르게 실감콘텐츠로 제작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민간기관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청북도 역시 중원역사문화권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실감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도민을 넘어 전국민, 그리고 전 세계에 우리 충북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져 전 세계에 자랑할만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보유할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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