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록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기록해야 할 때입니다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3.11.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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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 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한 나라를 뒤흔드는 큰 사건들 속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살아온 한 사람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파편들은 시대마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시대를 관통하던 사상과 사회적 통념, 보편화된 관습들이 어떻게 개인에게 작용하였고 다시 개인들은 어떤 시대를, 어떤 사회를 만들어 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요즘 `개인사'가 중요한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된 현 시대에 거시적인 사회적 현상을 기록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미시적으로 개인의 삶을 기록함으로 해서 사회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한다.

1945년 해방의 시기부터 1950년 6.25전쟁, 4·19 혁명의 격동, 근대화·산업화를 위해 산업역군으로 온 몸을 불사르다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조연으로 활약한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이젠 개인의 시선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치밀하게 기록할 때가 되었다. 왜냐면 이를 전달해 줄 세대가 8~90대의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에서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도민을 기록합니다”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영상자서전 제작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민들이 기록한 영상을 “충북영상자서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하면서 도민의 다양한 삶의 현장과 역사, 지혜를 누적 기록하고 있다.

청주시에서도 청주 시민기록관을 통해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83년 겨울에 제천시 3301세대 1만8693명, 충주시 1236세대 7203명, 단양군 2568세대 1만2767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다.

1985년 준공된 충주댐은 1983년 겨울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향을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떠난 시점이 바로 40년 전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수몰이주민들은 고향의 기억들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마을의 풍경들이, 읍내에 나가 장을 봐 오실때면 양손 가득 보따리 짐을 들고 오시던 아버지의 모습, 정월대보름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풍물을 치고 놀던 기억들이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4~5월 충주댐이 갈수기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 고향 모습의 일부를 볼 수 있어 이를 관광상품화 한 경우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신화 속 물속에 사라진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아니 실제로 물속으로 사라져 신화가 되어버린 충주댐 수몰마을의 이야기들을 이제는 세상 밖으로 꺼낼 때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수몰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어 기억속에만 남아 있는 마을을 되살려야 한다.

40년전 본인들의 터전을 내줌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풍족한 수자원을 얻었던 희생을 기억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저들의 고향을, 개인의 기억들을 기록함으로 되살려 줄 때이다.

다행히도 수자원공사를 통해 수몰이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내년에 있을 예정이다.

이제라도 개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몰이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바야흐로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과 사회를 위한 기록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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