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문화유산 진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
충북 문화유산 진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
  •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3.10.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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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속리산, 월악산 등 이름난 명산마다 단풍을 즐기러 나온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실 단풍놀이야 매년 이맘때면 의례 돌아오는 것이지만 올해 행락객들의 발걸음을 유독 가볍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난 5월 폐지된 사찰 문화재 관람료이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소재로도 다뤄질 정도로 사찰 문화재 관람료는 산을 찾는 이들에게 늘 불편한 부분이었다. 강요된 문화재 관람으로 모처럼 나선 나들이 기분을 상했다는 의견도 많았고, 또 한편으로는 그저 말없이 수백년 간 자리를 지켰던 문화재가 졸지에 입장료를 강탈해가는 미움의 대상으로 변질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찰 관람료가 폐지되면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산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또 편견 없이 문화재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이루어진 문화재 정책의 변화는 사찰 입장료 뿐만이 아니다. 이제 내년 5월이면 문화재는 더 이상 문화재라고 불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입고 재화 중심의 문화“재(財)”에서 탈피하여, 역사와 정신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유산”으로 범위가 그 범위가 확장된다. 국가유산은 다시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 3분류 체계 안에서 보다 다양한 유산이 보존 관리 활용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에서 지정한 것들만 보존했던 기존 정책과 달리 국가유산 체제에서는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도 보호의 대상으로 관리하게 된다. 문화재 정책에 있어 이와 같은 흐름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가장 큰 변화로, 대 변환의 시대가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국가유산기본법에서 눈여겨 볼 것은 국가유산의 보존 관리와 더불어 활용과 진흥에 관한 사항을 강조한 부분이다. 기존 문화재보호법은 그 이름처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국가유산기본법에서는 활용과 진흥을 별도의 장으로 분리하여, 국민 복지 증진, 국가유산 정보 관리, 국가유산 교육, 국가유산 홍보, 산업육성 등의 항목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즉 이제 유산은 더 이상 지키기만 하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적 삶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그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는 비단 중앙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에서도 변화된 체제에 맞춰 유산 관리와 진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충청북도의 경우를 살펴보면 23년 10월 현재 857건의 문화재가 지정되어 있으며, 이보다도 훨씬 많은 비지정 문화재가 도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유산으로 불릴 이 문화재들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충북도가 당면한 중심 과제 중 하나이다. 더불어 보호를 넘어 어떻게 진흥하고 활용하여 도민들의 문화적 삶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이러한 정책 흐름에 맞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충북 문화유산 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충북의 숨겨진 비지정 문화유산 가치발굴, 문화유산 정보 서비스, 도민들의 문화유산 향유권 증진을 위한 활용 지원사업 등 국가유산기본법이 추구하는 방향을 우리 도 환경에 맞춰 다양한 사업으로 풀어내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닥친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나 미약하다.

한 나라의 역사와 유산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처럼, 지역의 역사와 유산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선조들의 유산을 문화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3년 한미 정상회담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국빈 선물로 전달한 것은 자개 아티스트 류지안 작가 손에 재창조 된 조선시대 달항아리였다. 이렇게 유산은 현대 작가의 손을 거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충북의 브랜드도 유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충북 문화유산 진흥을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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