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막이옛길과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
괴산 산막이옛길과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
  •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 승인 2023.10.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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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문화유산이야기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괴산군 칠성면에는 사은리(沙隱里)라는 농촌마을이 있다. 사은리는 성재봉(해발 538m), 옥녀봉(595.9m), 군자산(946.9m)의 높고 낮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로서, 마을의 서쪽에는 1952년 남한강 지류인 달천을 가로질러 만든 괴산댐이 축조되면서 형성된 괴산호가 크게 휘감아 돌아간다.

사은리 마을에는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된 총길이 4.4㎞의 산막이옛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막이옛길은 환경훼손을 최소화해 살아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사은리에는 갈론, 굴바우, 내사리, 산매기 등의 자연 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산매기 마을은 옛날에 산막을 치고 사기를 구웠다하여 그러한 이름이 불리어졌다. 마을에 다다른 산모퉁이에는 언덕의 경사면에서 가마터에서 일그러지고 터진 도자기 불량품을 버렸던 폐기장이 노출되어 있다. 폐기장에노출된 도자기는 분청사기편을 비롯하여 초벌편, 도지미, 가마벽편 등이 흩어져 있고 분청사기는 다소 거칠게 제작된 발과 접시 등 반상기가 주로 확인되었다. 분청사기에는 국화문이 새겨진 도장으로 외면을 장식한 분청사기와 함께 검은색과 흰색의 흙을 상감하여 연당초문과 간략화된 초문을 새긴 분청사기 등이 확인되었다. 수습된 분청사기 중에서 가마터가 어느 시기에 운영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분청사기 도편이 확인되었다. 그 중요한 분청사기 도편에는 연당초문이 새겨진 상감분청사기이다. 고려시대 왕실의 청자를 생산한 전라남도 강진의 연당초문은 연꽃 8송이가 내면에 배치되고 당초넝클의 형태가 뚜렷한 반면, 이후 제작된 연당초문은 연꽃이 4송이로 고정된다. 또한 당초넝쿨의 형태가 산만하게 흩어지고 연꽃의 꽃술이 생략된다. 특히, 강진 이외에 청자가마에서는 백색으로 새겨진 상감의 단선에 당초넝클이 모두 생략되거나 당초넝쿨이 인화문으로 대체되는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청자의 문양 변화는 고려 후기 강진 자기소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하고, 강진 이외 지역에서 개인의 필요로 도자기를 생산하는 가마터가 확산되는 커다란 흐름과 일치하고 있다. 즉, 괴산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는 고려시대 상감청자가 조선시대 분청사기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괴산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의 조사와 연구는 미진한 상태이다. 괴산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에 대한 조사는 충북대학교 박물관에서 1992~1993년에 걸쳐 현지 조사로 진행하고 간행한 『충북지방 도요지 지표조사 보고서』와 2005년에 중원문화재연구원에서 조사한 『문화유적분포지도-괴산군-』가 있다. 그러나 이들 조사는 발굴조사가 아닌 지표조사만 진행되어 정확한 도자연구를 파악하기 어렵다. 괴산 사은리의 도자문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도민들의 관심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더욱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괴산 사은리 분청사기가마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분청사기가마터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진다면, 훼손되지 않은 자연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괴산호와 산막이옛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충북지역의 도자문화 스토리가 더해진 괴산군의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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