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 만에 대청호에 용의 알이 깨어난다
3천 년 만에 대청호에 용의 알이 깨어난다
  • 이승훈 충북도청 학예연구사
  • 승인 2023.10.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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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이승훈 충북도청 학예연구사
이승훈 충북도청 학예연구사

 

용(龍)은 전 세계에 유사하게 나타나는 상상의 동물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서양의 경우 간혹 악(惡)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에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된다. 힘과 권위를 대표하여 권위있는 군주나 지도자를 나타내기도 하고, 높은 지혜를 가진 선지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민간에서는 주로 비와 물을 다루는 수신(水神)으로 상징되며, 다양한 전설과 민담으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충북에도 용과 관련한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청주시 문의면 구룡리에서 전해지는 전설이다. 과거 구룡리에는 큰 호수가 있었는데, 호수 안에 10마리의 이무기가 승천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의 이무기가 고기를 잡아먹고 호수의 질서를 무너뜨리자 하늘의 큰 용이 노하여 큰용굴(두루봉 동굴)에 다섯 마리, 작은용굴에 다섯 마리를 각각 가두어 놓았다.

이무기들은 100년을 굴에 갇혀 있었으나 결국 질서를 어지럽히던 이무기는 혼자 굴에서 빠져나와 호수로 돌아갔다. 이에 하늘에서는 아홉 마리의 이무기만 용으로 승천시켜, 호수에는 한 마리의 이무기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이무기를 그냥 둘 수 없어 호수로 들어오는 물길을 막아 호수를 마르게 하였고, 이무기는 뜨거운 햇볕에 말라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호수는 말라 들과 산으로 변해버렸으나, 이곳이 다시 호수가 되면 3천 년에 한 번씩 알을 낳는 용이 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구룡리 전설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이면서, 마을에 호수가 생기면 용이 알을 품는 곳으로 바뀌어 새롭게 변화할 것이란걸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대청댐이 건설되고, 구룡리 앞은 대청호라는 큰 호수가 생기면서 그 전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충북도에서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도전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청호를 중심으로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단순 호수 관광권 개발이 아니다. 충북의 여러 호수권 개발을 통해 기존의 산업 중심의 `개발'에서 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다. `개발'에 대한 충북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도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유발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통합과 다양성 증진을 통해 포용하는 사회를 구축하여 개인의 정신적인 안정과 행복을 촉진하여 도민이 행복한 충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3천 년 만에 터전을 잡고 알을 품은 용이 대청호에 있다면, 이제 어린 용이 알을 깨고 나와 충청북도를 높이 비상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중심뿐만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충청북도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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