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청년
현명한 청년
  •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3.08.31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談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7~8월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찾아가고 있다. 그중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히말라야 산자락 다람살라에서 만난 청년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람살라는 티벳망명정부가 있어서 티벳보다 더 티벳스럽다는 말들을 한다. 이곳은 평지가 아닌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좁은 공간에 집들을 짓고 아이디어틱한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공간이 좁다 보니 가게를 열었지만 손님을 맞이할 공간이 없다. 그래서 골목길 한쪽에 두 평이 되지 않는 가게 10여개가 줄줄이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 긴 의자를 설치해 지나가는 사람이 쉬기도 하고 상점의 특성에 따른 공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수십 번 왔고 그때마다 이 공간에서 사람 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난 그중 코로나 전 방문 때에 보지 못한 한 티벳 청년 가게에 꽂혔다. 간판부터 티벳어로 만들어 다른 가게와 차별화를 만들고 간판 밑에 나무로된 영어메뉴판으로 편의를 도왔다. 메뉴판은 차 종류, 먹거리류, 나머지 공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명하게 살았던 사람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철학적이다. 두 평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는 4명의 청년이 일을 한다. 3명은 요리하고 한 명은 서빙과 설거지를 한다. 5일 동안 매일 방문했다. 자신들끼리만 살기도 버거울 터인데 주위 가게와도 스킨십이 잦은걸 보니 친분이 좋다. 주문이 없으면 골목 의자에 앉아 오가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틀 후 다시 찾아 차 주문을 하면서 티벳어 간판의 뜻을 물어보았다. 티벳어로 `함께'란다.

테이블 없는 노상의자에서 차를 마시면서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수많은 청년이 인도에 오는데 이런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난 함께 맛보고 관찰하고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해서 타인이 인정한 맛집 찾아다니기 바쁘고 인증사진 찍기 바쁘다. 없는 시간, 없는 돈을 마련해서 온 거라 또 언제 올지 몰라 마음이 급하다. 자신의 여행을 만들어가기보다 남들의 여행을 따라 하는 경향이 많은게 현실이다.

델리의 라빈이라는 가게가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 한국식 맞춤 여행서비스가 있다. 나도 유심으로 잠시 머물러 있으면서 바라보았다. 기차 티켓팅을 하는데 모두 가는 동선이 같다. 라빈이 상담하면서 내 눈을 순간 마주했다. `왜 한국 청년들은 같은 동선만 가는가.'라고 무언의 말을 한다.

티벳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만들고 돈을 쏟아 붓지만 결과는 초라한 경우가 많다. 왜일까? 아마도 답은 청년문제 본질에 대한 문제 파악이 덜되지 싶다. 알면서도 일년 단위 회계년도 산출의 달콤함에 대한 결과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청년들의 마음, 철학, 노하우, 열정이 없는 지원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이미 알지 않겠는가.

현명한 청년의 삶을 위해서는 경험의 기회가 많아야 한다. 세상에는 많은 청년이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을 가지고 생활하는 공간이 많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도 있다. 히말라야 오지인 네팔, 캄보디아 시엠립에도 있다. 아이디어는 선진국 후진국이 없다. 그런 곳에 가게 하고 머물러야 한다. 그곳에서 열정을 확인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오고 환경과 공간의 구분 없이 시도하려는 용기를 얻어야 한다.

그럴 때 경험은 삶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는 그런 본질에 대한 고민과 투자를 해야한다. 청년들은 시야를 넓혀 지구에서 답을 찾는 여행을 해야한다. 릴렉스한 청년의 시간을 갖고 인생을 고민하자. 고민된 행동은 티벳청년들이 바라는 `현명한 삶'으로 다가올 것이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현명한 삶을 위해 우리 청년과 정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