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의 한계 복지사각지대 촘촘히 살피자
기초생활보장의 한계 복지사각지대 촘촘히 살피자
  • 강병민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 승인 2023.07.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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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강병민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강병민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지금으로부터 9년 전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단독주택 반 지하에서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떠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누락된 위기가구를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그리고 2015년 7월 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었다. 그동안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모든 급여를 지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생계급여를 비롯한 교육, 의료, 주거급여 등`맞춤형 개별 급여'로 변경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10여년 되어가는 지금도 까다로운 소득 및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 복잡한 신청절차 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22년 8월 경기도 수원의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세 모녀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채권자를 피해 월세 방을 전전했다고 한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가 달라서 안타깝게 발견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발굴한 위기가구는 120만여명이다. 그 중에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은 수는 2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2018년 수급자 비율인 5%에 비하면 2.1%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폐업 등 위기가구가 급증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확대되어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송파 세 모녀와 수원 세 모녀처럼 제도권 밖에서 어떠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재현되지 않도록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가구를 찾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시의적절하고 촘촘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는 이유가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소유했거나, 생계형 자동차 소유로 수급권의 기준을 넘거나, 연락이 끊긴 서류상 가족이 부양의무자로 남아 있는 사례가 많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소득보장 정책의 취지에 맞게 재산에 대한 소득 환산 기준이라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매년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지만 정작 제도권 편입을 위한 지원과 추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의 경우, 긴급복지지원, 공공요금 감면 같은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단순한 연계서비스 제공으로 끝날게 아니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위기가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둔형인 경우가 많아 찾아내더라도 설득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 달이면 병마와 생활고로 고통을 받았던 `수원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주위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세 모녀처럼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안기 위해 좀 더 촘촘한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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