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의 비상
민들레 홀씨의 비상
  • 송지호 청주시 청원보건소 주무관
  • 승인 2023.04.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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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송지호 청주시 청원보건소 주무관
송지호 청주시 청원보건소 주무관

 

만연한 봄. 길가 어디서든 흔하게 눈에 띄는 민들레꽃. 옹기종기 산발적으로 꽃봉오리를 피우고, 겸손한 듯 낮은 키의 진노란 꽃을 피우는 민들레꽃. 소박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자태를 뽐낸다. 종종 조심스럽지 못한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잡초로 취급돼 뽑히기도 하는 푸한 대접을 받기도한다.`민초'라 불리어 수백 년 동안 밟히고 뽑혀왔지만, 또 봄이 오면 산들의 볕이 잘 드는 곳에선 여지없이 피고 또 핀다.

그렇게 꿋꿋이 최고 절정의 꽃을 피운 후, 솜털 같은 민들레 홀씨들을 다음으로 등장시킨다. 마치 샹들리에 같은 동그란 원형 안의 홀씨들은 서로 짧은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에도, 한번 만져보고 후~하고 입으로 바람 불어 훼방 놓고 싶은 모양새로 말이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한 홀씨들은 하나둘 비상을 준비한다. 드디어 가장 가벼운 홀씨 한 올이 공중에 올라탄다. 운이 좋으면 맑은 날 산들바람을 만나는 행운을 얻어 바람결에 올라타는 무임승풍을 시작한다. 행선지도 없는 그저 바람이 내키는 대로 홀씨는 온전히 몸을 맡긴다. 그나저나 이날을 위해 얼마나 봄을 기다렸는가. 첫 홀씨의 비상 후 줄지어 날아오른다. 모두들 자신이 어디로 향할지, 어디로 내려 땅에 닿을지 모르는 상태로 온 천하에 퍼져 착륙을 기다린다. 물론 바람이 사뿐히 내려 놓아주는 곳도 있을 것이다.

모든 홀씨들이 갓털의 날갯짓으로 춤을 추듯 비상하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춤사위를 뽐내는 춤의 향연처럼 보인다. 혹자는 봄날 속눈이 내리는 장관으로 느낄 수 있을 테고, 누군가에겐 성가시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봄철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몇 개의 홀씨들만이 내년에도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경쟁 없는 홀씨들의 향연, 이 순간 바람에 몸을 띄운 채 자유롭게 부양하는 기대에 찬 홀씨들만의 비상하는 시즌이 온 것이다.

한 꽃대 끝 두상화에서 피고 자란 홀씨들은, 어느새 집을 떠나 꽃 머리만 남기고 비상을 마쳤다. 올해 피어난 민들레 꽃들은 작년 이맘때 양지바른 땅에 안착하여 뿌리를 내렸고, 추운 겨울을 견디며 생명을 피운 강인한 녀석들일 것이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시선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애정 어리게 바라봐 주고 싶은 봄날의 꽃이 되었다.

그저 홀씨 한 알 속에 온 생명과 기운을 담았다. 그리고 다음 해 꽃을 피우기 위한 홀씨의 비상은, 어쩜 누군가가 바라본 아름다운 향연 속 춤사위 뒤에 숨은 간절한 몸부림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홀씨는 비상을 한다. 홀씨는 강인한 생명력을 품었기에 갓털을 펼치고 비상을 할 수 있다. 난 늘 비상이 두려웠다. 그런 내가 홀씨가 되고 싶다. 부디 나의 비상도 다음 꽃을 피우기 위한 강한 홀씨를 품고 있기를. 비록 척박한 곳에 안착한다 해도 탓하지 않고, 홀씨의 뿌리내림을 위해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겨울을 견뎌내는 민들레를 닮고 싶어진다. 노란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행복'이다. 민들레의 꽃과 홀씨는, 매년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만끽하며 봄을 노래하는 민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 두상화: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통꽃이 많이 모여 피어 머리모양을 이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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