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직이 존중받는 사회
전문기술직이 존중받는 사회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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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박완희 <칼럼니스트>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국무총리의 사퇴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국민의 분노와 울분을 잠재우기에는 어려움이 클 듯하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랐던 대통령 관련 글이 수십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좌초위기에 처해 있다는 상황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꽃다운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국민적 죄책감과 미안함이 크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 부재 문제부터 관료들의 부적절한 행동, 선박관리의 부정·비리, 안전 불감증, 재난관리 매뉴얼과 위기대응 훈련의 부재, 언론 통제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어찌 보면 경제성장과 기업이윤 창출만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산업화의 과정에서 켜켜이 쌓여왔던 고질적 병폐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번 사고를 통해 알려진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이 마지막까지 배를 지키거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이 모두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선원들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위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적은 급여를 주고 쉽게 해고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그 기업이나 배가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있었을까? 몰염치하지만 자기 생명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문 기술이 필요한 선박관리 및 운항을 책임지는 선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도 만연하고 있다. 전문기술직보다는 행정직을 선호한다. 대학 입시에서도 이미 기초과학이나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학과를 선호하던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 젊은이들은 어려운 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은 회피한다.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합 청주시 행정기구 개편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환경관련 부서에 전문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입법예고된 통합 청주시 행정기구 개편안은 공원관리사무소를 별도 사업소로 분리하면서 공원조성과와 공원관리과 등 2개 과로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사무관급 보직으로 공원조성과장은 지방녹지사무관으로 하고, 공원관리과장은 토목직 사무관으로 직제를 개편하면서 나눠먹기식 조직개편이라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경문제는 곧 사회문제이며 삶의 질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높여주고 삭막한 회색도시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해방구의 역할을 한다.

또한 65세 이상의 시니어 어르신들의 노인 일자리창출 공간 등 생애주기형 활동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원관리 업무는 환경과 생태적 전문성,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가 맡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청주청원 2700여 명의 공무원 전체 분포율을 고려해야 하는 통합추진단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분야별로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것은 바람직한 통합 청주시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에 대한 반성, 전문 기술직이 존중받지 못하는 거대한 사회 흐름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국가나 지방정부를 운영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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