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척결할 마지막 기회다.  
마피아 척결할 마지막 기회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04.27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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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마피아’로 번지고 있다. 언론마다 대통령에게 마피아와의 전쟁을 촉구하고 나선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탄생해 세계 최대 갱조직으로 성장한 진짜 마피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물좋은 산하기관과 단체들에 재취업했거나 할 예정인 고위 관료들과, 그들과 결탁해 부당한 특권과 혜택을 누리는 민간 집단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세월호 침몰과 수습 과정에서 껍데기밖에 없는 관료의 허울이 드러나면서 마피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 참사의 원초적 배경으로 지목된 해피아(해양수산부+ 마피아)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의 역대 이사장 11명중 8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한국선급은 불과 두 달 전 정기안전점검에서 세월호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세월호는 항해 중 선체에서 위험이 감지돼 그만 둔 선원이 있을 정도로 결함을 의심받아 왔다. 제대로 점검이 이뤄졌다면 구명정조차도 작동하지 않았던 이 배의 출항은 불가능했다.

선박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도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을 해수부에서 영입했다. 이 단체는 세월호의 과적과 화물 결속장치 등을 점검하지 않고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를 통과시켰다는 의심을 받는다. 세월호 침몰 후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무엇이 무서워서였는지 내부 문건을 대량 파기하기도 했다. 해수부 산하 14개 공공기관 및 단체 중 11곳의 장이 해수부 출신이라니 더 말해 무얼 하겠는가.

공직 마피아는 이밖에도 숱하다. 산하 금융기관의 자리를 독식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마피아)를 비롯해 산업부의 산피아, 국토해양부의 국피아, 교육부의 교피아, 철도청의 철도마피아 등 마피아는 이권이 있는 부처마다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해 원전 비리가 터졌을 때는 원전 마피아의 실상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위 퇴직자 30%가 원전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재취업해 각종 비리를 주도했다. 산하 기관·단체의 자리를 꿰차고 나가 해수부의 감독 기능을 무력화시킨 부도덕한 전관들만 없었어도 이번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들이 국제적 폭력단체인 마피아와 비교되는 것은 심각한 폐해만큼이나 근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마피아는 조직을 훼밀리로 부를 정도로 결속력이 견고한데다 조직원이 당하면 반드시 보복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이런 마피아도 궁지로 몰렸을 때가 있었다. 최대 위기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섰을 때 찾아 왔다. 무솔리니는 민심을 잡기 위해 수천명의 마피아 단원들을 체포·구금·고문했다.

영장도 재판도 없이 남용한 공권력이었지만 서민들은 잠시나마 마피아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번째 위기는 80년대 후반에 닥쳤다. 세계범죄사에 한 획을 그은 조반니 팔코네 치안판사가 마피아와 전면전을 벌이면서다. 그는 두목급 마피아 19명을 붙잡아 종신형을 선고하고 단원 338명에게도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마피아의 근간을 흔들었다. 그러나 팔코네는 보복에 나선 마피아의 폭탄 테러로 아내와 함께 사망했다.

마피아는 독재정권의 초법적 조치나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건 법집행자의 결기 앞에서만 일시적이나마 무릎을 끓었다. 청와대가 차제에 우리 사회 곳곳을 좀먹는 공직 마피아들을 손보기로 했다지만 수십년을 유지하며 관행으로 굳어진 이들의 담합을 깰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이 또 다른 국민적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를 부당한 커넥션을 끊을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팔코네가 없다면 무솔리니라도 불러오고픈 것이 국민들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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