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비극은 불평등의 대가
‘세월호’ 침몰 비극은 불평등의 대가
  • 조규호 <서원대 교수>
  • 승인 2014.04.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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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조규호 <서원대 교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자본주의를 숭배하는 2014년 이 땅의 자연환경은 지구촌 최악의 집단살인자라 불리는 대기오염의 총체적 모습인 미세먼지가 봄날 하늘을 뿌옇게 덮었고, 인간사회는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보듯이 온갖 부실로 꾸며져 알면 알수록 정상적 구조시스템의 작동을 기대했던 일반 시민들의 정신세계에는 온통 허무의 먼지로만 가득하다. 

참으로 답답하고 답답하다. 우울하고 우울하다. 미세먼지의 얘기는 차후로 미루고 ‘세월호’ 얘기부터 꺼내 보자. 300명 넘는 실종자와 사망자의 발생도 슬프지만 사후 대처의 미흡함에 더욱 화가 나고 슬퍼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캐내면 캐낼수록 분노를 지나 우울해진다. ㈜청해진해운의 운송관리와 감독기관의 관리, 사고 당시 응급대처, 사고 이후 구조관리와 재난 보고시스템까지 총체적 부실이고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해온 결과가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된다.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사고지휘 시스템이 작동되어 현장전문가의 능숙한 지휘와 대처 모습을 기대했던 우리 국민은 한심하게도 촛불로 안전귀환의 염원과 추모만 해야 하는 순진한 관람객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자본주의를 과도하게 운용한 탓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내린 진단법, 즉 ‘불평등의 대가’로 설명이 가능하다. 수단이 되어야 할 이윤추구성이 목적이 되어 버렸기에 사회운용의 기본 시스템으로 작용해야 할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협력과 신뢰가 깨져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이 사회는 공동체이다. 공동의 선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고 그래서 자기희생도 아름답게 평가받아왔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본주의에서 인간의 평등성이 보장, 유지되고 상호 신뢰가 작동해야만 공동의 선을 위한 애사심과 애국심이 나타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돈으로 다 되는 다시 말해 돈이 사회운용 동력의 주체이자 전부가 되었고, 이에 이윤추구 속성상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적 불균형과 불평등이 어느새 그윽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돈이 근본이 된 사회, 특히 부의 불균형이 노정된 사회, 조직에서는 돈의 크기에 따라 일을 한다. 그것도 건성으로 말이다. 회사대표가 2400억 갑부로 알려진 청해진해운 회사에서 비정규직 직원이 소신과 정성을 갖고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불공정과 불평등이 알려진 조직과 사회에서는 적은 돈을 받고도 열심히 소신과 애사심, 애국심을 갖고 일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미시적인 조직경영이든 거시적인 사회시스템에서든 불가하다. 

인간의 경제적 동물화 성향은 과도한 자본주의의 습성에 젖어버려 이익만 좇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귀찮은 운항 안전교육과 매뉴얼 반복훈련을 멀리하고 건성 건성의 지도와 관리감독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되어 뇌물제공과 부조리를 양산케 하는 것이다.

사고 처리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사태 해결에는 상호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되어 작동하는 일사천리의 사회집단적 행동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우리의 재난관리시스템, 아니 사회 전체를 제대로 운용케 하는 한국사회의 뿌리, 즉 사회적 신뢰는 ‘세월호’처럼 침몰했다.

그러면 해결은 가능한가? 현재로선 칼자루를 쥔 지위 높은 분들이 우선 자본주의의 과도화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부식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부(富)와 정보의 확산과 공유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에 입각한 공정성과 공평성의 회복운동에 이은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진정한 민주제 운용이 있어야만 우리의 현재 침몰된 사회적 신뢰는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지적하건대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이 공정, 공평하지 않다면 사회를 결속시키는 사회적 자본, 즉 사회적 신뢰의 접착제 효과는 없어진다. ‘세월호’ 같은 큰 재난이 닥칠 경우 시원한 해결은커녕 답답함과 우울함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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