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가격 곱빼기!!
지역별 가격 곱빼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2.03.1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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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음식 옛말된 '두 얼굴의 짜장면'
짜장면·짬뽕·탕수육에 일주일치 반찬값 날려

3천원~7천원까지 차이 … 무심코 시켰단 낭패

짜장면 값이 천차만별이다. 땅값이 비싼 도심 번화가의 짜장면이 싸고, 도시 외곽 주거밀집지역의 짜장면 값이 배 가까이 비싼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마디로 짜장면이 두 얼굴을 갖게 된 셈인데, 지금 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물가고의 현실이 짜장면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짜장면 값 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물가정책의 난맥이 짜장면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자장면'만을 고집해오던 표준어 표기가 지난 해부터 '짜장면'을 같이 쓰기로 정한 혼용의 양상과 닮아 있는 짜장면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 1. 아파트 짜장면

짜장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기존의 생각은 어느 새 정답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규모 단지 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42.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는 요즘 토요일이 불편하다. 지난해만 해도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토요일 점심메뉴는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주5일 수업으로 바뀐 3월 첫주, 미처 점심준비를 하지 못해 습관적으로 동네 중국집을 통해 배달음식을 시킨 뒤 아연실색했다.

아이들 몫으로 짜장면 두 그릇, 자신과 남편의 짬뽕 두 그릇, 한창 커가는 아들들의 식성을 고려해 탕수육 한 접시를 시킬 때 만해도 A씨는 넉넉잡아 3만원 정도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음식 배달 초인종 소리와 함께 A씨가 듣게 된 음식값은 무려 4만6000원. 짜장면이 한 그릇에 5000원, 짬뽕은 7000원, 탕수육은 2만2000원이나 한다. 잘 아끼면 일주일치는 될 반찬값이 짜장면 한 끼에 '훅' 날아간 셈이다. A씨에게 짜장면은 이제 당연히 살 떨리는 음식이 됐다.

◇ 2. 도심 공원 짜장면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족발골목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B원은 30년은 훌쩍 넘길 만큼 오래된 집이다. 불과 몇 걸음 사이에 중앙공원이 있어 노인들이 심심치 않게 찾는 이 집은 최근 아예 출입구 앞에 '짜장면 3000원'이라는 안내문을 내다 붙였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고 있는 탓에 오래된 맛을 간직하고 있는 이 집은 오래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족발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넘쳐 났던 시절에는 이 집에도 젊은 손님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골목이 시들해진 요즘 짜장면을 먹기 위해 이 집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짜장면과 함께 '추억'을 맛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배달은 거의 없다. 주변에 싸고 쌓인게 음식점이고, 번드레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탓에 더 이상 낡은 중국집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은데다 그저 짜장면으로 한 끼 때우고 마는 외식풍경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중국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왔던 생활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 그저 가게세 부담이 없는 자기 집이라는 점에 위안을 삼으며 짜장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으나, 여전히 신통치 않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선입관 때문일까 고민도 해보지만 그래도 가끔씩 찾는 중앙공원의 노인들과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는 오래된 단골을 생각하면 함부로 값을 올릴 수도 없다.

청주지역의 짜장면 가격이 최고 2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극단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청주시가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청주지부와 함께 매월 조사하는 물가모니터에 따른 지난 달 개인서비스요금 통계에 따르면 짜장면은 보통 한 그릇을 기준으로 최하 3000원에서 5000원 까지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지역은 3000원인 반면, 4000원과 4500원, 5000원 등 다양하다. 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6000원 또는 7000원이 훌쩍 넘는 짜장면도 꽤 있다. 대부분의 중국음식점 짜장면 값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어서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들이 무작정 옛날 생각만 하고 중국집을 찾았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일용 노동자 C씨(58)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입장에서 그저 든든하게 한 끼 때우는데 유용했던 짜장면 한 그릇에도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일감을 얻지 못해 허탕을 치기 일쑤인 요즘 부쩍 오른 짜장면 값이 원망스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서러움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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