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가 대전 한밭수목원에 설치되었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간 골란을 포함해 전 세계 기후 활동가와 과학자, 예술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2019년 독일 베를린에 처음 설치된 이후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1.5도일까?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파리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일상에서 온도가 1, 2도 올라간 것은 우리가 크게 느낄 수 없는 적은 차이지만, 매일의 날씨가 아닌 지구의 평균온도가 1, 2도 상승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이다. 그러나 이보다 1.5도 높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었을 때 우리의 몸 상태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폭우, 대형 산불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서울의 7배가 넘는 면적이 일주일 만에 잿더미가 된 바 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이자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규모의 산불이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6천 명 이상이 피해를 겪었다.
전에 없던 이러한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연소, 산림 훼손, 농업 활동의 증가 등으로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 불소 화합물 등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짙어지면서 온실효과가 증가해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 대기 순환의 흐름이 바뀌고 각 대륙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이상기후 현상들은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한 전 세계 나라들은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온실가스 중에서 특히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감소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열을 붙들어두는 주요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어 우리 모두의 일상과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험한 기상과 마주하고 있고, 반복적인 가뭄과 홍수를 경험하는 등 기후위기 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금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5년 3개월로 표시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제 우리는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겪을 것이고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미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작은 노력들이 모인다면 기후위기시계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큰 변화의 시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