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잡 난무하는 이합집산
협잡 난무하는 이합집산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2.05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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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진천 증평)>

17대 대선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은 어느 때보다 불행하다.

텔레비전을 통해, 신문 지상을 통해 '대선 드라마'를 보고 있는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정당정치의 정도는 사라진지 오래고, 협잡꾼들의 이전투구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살아있는 것 하나를 굳이 꼽는다면 '정당의(생존)목적은 정권창출에 있다'는 교과서 문구뿐이다.

대선판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보면 정권창출이란 목표를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자존심이나 국민에 대한 약속은 철저히 무시한다.

협잡꾼보다 못한 이합집산은 그 어느 대선 때보다 심각한 지경이다.

과거에 손가락질했던 후보를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이도 있고,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정치인을 매도하는 패악도 서슴지 않는다. 그 뿐인가. 정책선거는 사라지고 네거티브 공방만 오가고 있다.

정책선거라는 관점에서 올해 대선의 양상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유력후보에 빌붙기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후보들은 정책 개발을 할 시간도 없어 보인다. 정책선거는 정당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정당의 이념에 기반을 두고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못하다.

정책도 없이 지지율만을 끌어올리겠다는 얕은 '셈법'만 난무한다.

후보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연루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만 쳐다보다 허송세월했다.

어제(5일) 이명박 후보가 BBK연루 의혹을 훌훌 털어냄에 따라 여타 대선 주자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검찰 수사결과에 앞서 MB에게 줄은 댄 대선주자와 내년 총선을 겨냥해 MB호에 승선한 정치꾼들은 한숨을 돌릴 것이고, 참을성 없이 다른 줄을 잡은 후보들과 정치꾼들은 한숨을 내쉴게 뻔하다.

사정이 이러니 후보와 각 대선캠프에서 내놓은 공약이란 것도 허술하기 짝이없다.

정책에 방향만 있고 실천계획은 없다.

정당의 기능도 어느 대선 때보다 위축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당 색깔과 후보의 신념에 걸맞은 공약이 제시돼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당이 보수고 어느 정당이 진보인지 분간도 안 되니 할 말이 없다.

너도나도 매니페스토를 부르짖고 있지만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판국을 고려할 때 정책선거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대선은 집권세력의 잘잘못을 가리는 기능도 수행한다.

하지만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서 오만의 극치를 보이던 범여권은 당을 해체하고 합당을 반복하며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다.

야당도 당내 경선을 일찌감치 끝내놓고 정책선거를 지향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후보간 갈등양상을 보이더니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때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개별 후보의 부패·부조리 의혹에 시선이 집중되다보니 정책선거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정치인과 유권자들 모두 네거티브 캠페인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게 큰 문제다.

실제로 네거티브 한 방이 우리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골치 아픈 공약개발보다는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후보가 승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으니 익숙할만도 하다. 어찌됐든 남은 10여일 동안 국민, 후보, 정당 모두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선거를 선거답게 치러 보자고 결의라도 했으면 한다. 그리고 대선판이 아무리 너저분하다 하더라도 참정권을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

국민에 한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으면 그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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