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난 충북 문화유산의 귀환
고향을 떠난 충북 문화유산의 귀환
  • 이승훈 충북도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 승인 2024.03.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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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승훈 충북도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이승훈 충북도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북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그 명칭과 어울리지 않게 홍법국사탑은 충주에서 볼 수 없다. 홍법국사탑을 보기 위해서는 충주가 아니라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야 한다.

이처럼 충북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충청북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보관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보물인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는 홍법국사탑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법주사 수정암 석불좌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들이 충북도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관리되고 있는 이유는 식민통치 당시 일제에 의한 문화재 약탈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보은 순조 태실에 있던 태항아리는 192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창경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로 소장되어 있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문화유산은 문화재관리국 등을 통해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게 되었다. 이 당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시설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함께 국민의 문화 의식도 함께 성장하면서 박물관 등 여러 문화시설도 건립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문화유산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원래 있던 장소와의 문화적 일치성 등을 고려하여 문화유산이 처음 존재한 곳에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에 따라 국가 단위에서는 문화재 환수운동을 펼쳐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으며 각 지역에서는 지역과 관련된 문화재를 확보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지역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확보된 문화유산은 지역의 문화재로 지정하여 지역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역의 정체성 및 지역적 자긍심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전국적인 추세에 따라 충청북도에서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국외로 밀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동 중화사 현왕도를 중화사의 주지스님과 신도들의 노력으로 제자리에 돌려놓았으며 지난 3월 유형문화재로 지정 고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는 타 시도에 비해 문화유산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과 보존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앞서 말한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이 충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오랫동안 타향살이를 하던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오는 충북 문화유산을 맞이하기 위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치있게 보존하고 소장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버린 충북의 문화유산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충북도와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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