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청명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4.03.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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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양력으로 4월4일이나 5일에 놓여 있는 절기에 청명(淸明)이 있다.

맑고 밝다는 의미로 본격적인 봄의 활동을 시사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날부터 보통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었다. 예부터 씨앗을 뿌리고, 논밭을 갈고, 농기구를 손질하면서 한해 농사를 서두르는 시점으로 삼았다. `청명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속담이 있듯 나무 또한 이때 제일 많이 심었다.

당(唐)의 시인 두목(杜牧)은 이 청명 날에 자신이 직접 그 해의 농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농사가 시작되고 봄꽃이 만발한 들판을 떠돌고 있었다.


청명(淸明)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시절에 비가 어지럽게 내리니
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 타지를 떠도는 나그네는 혼이 끊어지려 하네
借問酒家何處在(차문주가하처재) 주막집은 어느 곳에 있는가 물으니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소 모는 아이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시인이 무슨 연유로 청명 날에 타지를 떠도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알 수는 없다.

어찌 되었건 시인은 청명이라는 절기를 또렷이 인식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시인의 머릿속에 청명 날은 어떤 의미로 각인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인은 이 날 타지를 떠돌고 있었고, 길에서 어지럽게 내리는 비를 만나게 되었다.

봄비 치고는 양이 많았던지 분분(紛紛)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봄비는 물론 농사에 도움을 주겠지만, 길을 가다 제법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만나면 마음이 급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급하게 그날의 여정을 마치고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나섰다.

마침 소 모는 아이를 만나게 되어 근처 묵을 만한 곳이 있는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는데, 그곳은 살구꽃이 가득 피어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 이름을 말하는 대신 살구꽃 핀 곳이라고 말한 부분이 시의 운치를 더해준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청명 날은 농사는 물론이고 꽃 구경에도 마음이 바빠지기 쉽다.

매화가 유명한 곳도 있고 산수유로 알려진 곳도 있다. 이런 마을은 그 이름보다도 그 지역 꽃으로 불리곤 한다. 살구꽃이 가득 피는 마을 이름은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봄의 한복판 청명 날에 살구꽃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일 것이다.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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