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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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24.03.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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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책을 덮고 나서 생각했다. 확실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써야 할 일이 생겨서 이건 대체 뭐냐 싶은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 이 앱을 마음대로 다루고 있는 애들에게는`그냥 쓰면 되지 무슨 배울 것까지야….' 싶을 것이다. 근데 뭘 어떻게 눌러야 할지 막막하다. 어쨌든 먹고살려면 배워야 하니 이곳저곳 찾아가며 독학 중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냐 하면 오늘 소개할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이 딱 이거기 때문이다.

도서 `비스킷(김선미 저·위즈덤하우스)'은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선정한 2023년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다.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으로 청소년 120명이 심사해 수상을 결정한 책이다.

이야기는 비스킷의 소개로 시작된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로 시작된다. 존재감을 잃고 유령같은 존재가 된 것을 비스킷이라고 표현했다. 주인공인 성제성은 소리 강박증, 청각 공포증, 소리 공포증 치료를 받고 있다. 소리에는 신생아처럼 반응한다. 그래서 아파트 윗집의 소리도 보통보다 크게 느끼고 다른 사람의 존재감에 대해 예민하다. 그러한 점을 이용해 여러 번 비스킷을 구한 전적이 있으며 그렇게 구해진 비스킷은 제성을 믿고 도와주려고 한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윗집과 소음 공해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소음 때문에 다툼을 일으킨 나를 이해할 수 없던 아버지는 나를 집에서 쫓아낸다. 그래서 이모 집으로 왔다. 이모의 윗집에서 `배.고.파'라는 희미한 비스킷의 소리를 듣고 이모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윗집에서 비스킷을 찾아보지만 비스킷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모의 윗집 남자는 섬뜩한 미소를 보이며 그들을 내쫓는다. 결국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정 아래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의사는 비스킷을 상상의 산물로 인식하고 인정하라고 한다. 내가 거부하자 의사는 이 상황을 글로 정리하라고 한다. 읽고 난 후 납득이 간다면 퇴원을 허락해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쓴 글은 이 이야기의 처음과 이어지며 비스킷을 구하기 위해 병원을 탈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비스킷은 존재감을 잃고 보이지 않다가 없어질 수도 있다. 자신을 인식하는 단계에 따라 과자처럼 부스러지고 없어질 수도 있다. 비스킷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묘사했다. 그렇게 비스킷이 존재감이 사라질 정도로 힘들었다가 구조되어 다시 제 모습을 찾는 과정이 좋았다. 아동폭력을 다룬 앵그리맨(그로 달렌 저· 내 인생의 책) 등의 작품을 읽으며 너무 어둡고 암울해서 읽으면서도 힘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피해자를 어둡지 않게 다룬 점도 좋다. 가정폭력을 혐오나 거부감 없이 다루면서도 구원이라는 주제를 잃지 않는 점도 좋았다.

난 아마도 주인공의 아빠 같은 모습일 것이기에 내가 늙었구나 하며 한탄하게 된다. 제성의 이모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은 판타지다. 판타지 문학상을 받은 청소년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현실과 비교해 보며 너무 판타지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기의 마음은 잊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머리와 마음이 굳어버려서 쉽지 않겠다 싶다. 그래도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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