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의 수고
모란의 수고
  •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4.03.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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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지난달 말 둘째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아빠 두 명과 앉아서 상담을 받았다. 설명을 끝낸 선생님께서 “앞으로 연락은 어머님께 드릴까요?” 하는데 아니라며 자신이 육아휴직을 해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 아빠와 자신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자기에게 연락해도 좋다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했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

또 시대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은 결혼의 시기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안 하는데 30대 후반이 되어 자기 짝을 만나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나서는 이들의 삶의 시작을 위해 어쩌다보니 4주 연속 주말마다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반짝이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예쁜 신부와 사진도 찍고, 진심을 다해 힘껏 박수를 치고, 친정엄마에게 인사할 때 괜히 주책 맞게 눈물 흘리며 마음을 다해 축하를 전하고 왔다.

정신없이 지나간 결혼식과 행복했던 신혼여행, 그리고 소꿉놀이하는 것 같은 신혼의 시기를 지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결혼한 지 8년차, 도서 `모란의 수고(엄유주·열매문고)'의 표현에 따르면 남편이 있는 삶을 선택한 지 8년차다.

이 책은 결혼과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힘이라면 잘 알고 있다는 저자의`부인회'라는 이름의 온라인 글쓰기 워크숍에서 비롯된 책이다. 결혼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며 사는 동안 생각과 감정은 계속 변할 거라고 그 변화가 부디 성장이길 바란다며 결혼에 관한 글쓰기를 스스로 하고 권한다는 저자는 `남편이 있는 삶을 선택했다'고 표현한 이유 또한 모든 것의 시작이 나로부터라는 걸 잊지 않으려는 거라며 자신을 탓하거나 상대를 탓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서로를 자기의 삶의 초대한 이유를 글쓰기를 통해 알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나에 관하여, 남편에 관하여, 결혼에 이른 결정적 장면 관하여, 고민에 관하여, 불화에 관하여, 지금의 주소에 관하여 6주간 글쓰기를 하기 위한 발문과 누군가의 글이 쓰여 있다.

`청첩장을 쓸 때만 해도 결혼이라는 건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꽃 피우는 건 줄 알았습니다. 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다가 상대를 만나서 꽃피울 시기를 정한 것처럼. 그런데 되돌아볼수록 꽃은 각자 피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혼자든, 함께든, 작은 들꽃이든, 커다란 해바라기든, 꽃은 황홀하고 예쁜 것'이라며 마지막 장에서는 나의 결혼을 상징할 만한 꽃을 찾아보라고 한다. 적합한 꽃말을 찾아 꽃을 정해도 좋다며, 꽃말과 꽃 이미지를 검색하는 것은 물론 아로마 오일, 꽃그림, 꽃 타로, 꽃집 방문 등 오감으로 느끼면서 탐색해보라는 저자의 말처럼 꽃들의 비밀스러운 언어로 표현해 볼 나의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 어떤 향기일지 마음을 탐색하며 꽃말도 찾아보고, 다음 주말엔 꽃집에 들러 꽃화분도 사야겠다.

2024년 진천의 책 청소년 부분에 선정된 `소금아이(이희영, 돌베개)'의 “이 세상 모든 축복과 안녕과 사랑을 마지막 한 톨까지 살뜰히 끌어모아 안겨주고 싶다”라는 작가의 말과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기아로부터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한 움큼의 쌀을 주는 것이 자신의 집에 있는 이의 외로움과 고통을 덜어주는 것보다 더 쉽다. 당신의 집에 사랑을 가져다주어라. 가정이야말로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어야하기 때문이다” 마더테레사의 말을 빌려 새로운 삶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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