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야 방독마스크 챙겼어?
철수야 방독마스크 챙겼어?
  • 허경회 청주시 자원정책과 팀장
  • 승인 2024.03.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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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회 청주시 자원정책과 팀장
허경회 청주시 자원정책과 팀장

 

ESG경영, 2050탄소중립, RE100이 오늘날 경제활동의 가장 큰 트렌드고 키워드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시대적 사명이며 전쟁에 버금가는 환경재앙의 피폐함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필연의 행동강령이다.

어쩌면 내가 자원재활용팀장이 아니었다면 환경의 심각성을 최소한 현재보다는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며,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1회용품 같은 일상의 편리함이 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암울한 결과로 다가올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손을 들고 횡단 보도를 건너는 것과 어려움에 처한 취약층을 도와야 한다는 등의 미래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예절과 규범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유년의 시절을 거친다.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된다는 것과 1회용품을 사용하게 되면 환경오염원을 만드는 것이라 가능하면 친환경적인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까지 12년을 배우고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각종 매체를 통해 매일 듣고 보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1회용품 없는 청사 만들기를 위해 1회용품 사용 독려와 실천방안 홍보를 위해 정기적으로 부서를 방문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1회용컵 사용 자제와 텀블러 사용 독려 캠페인을 매달 청사 입구에서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어떤 날은 3일을 계속해서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하면서 직원들의 참여도 끌어내고 참여자에 대한 작은 선물도 준비하면서 나름 성과도 얻고 직원들의 응원도 받으며 보람찬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좀 더 적극적인 1회용품 없는 청사 만들기를 위해 올해에는 텀블러 사용 환경 조성사업을 채택하고 텀블러 자동세척기를 임시청사와 의회 등 3곳에 설치해서 연간 2만개의 1회용 컵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설치 효과는 직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튿날 바로 우리 팀의 귀에 들어왔고 추가 설치를 요청하는 문의가 시 산하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희망과 응원을 무색게 하는, 12년의 교육과 환경 관련 부서의 노력과 청주시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제한 조례에도 불구하고 외부 카페에서 티타임하고 테이크아웃 1회용컵을 들고 청사에 들어오는 많은 직원의 온화한 얼굴을 보면서 씁쓸함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어쩌면 자원재활용팀에 속하지 않았다면 나도 저들처럼 온화하게 웃으며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겠지라며 직원들에 대한 서운함을 뒤로 하고 꾸준하게, 진심으로, 나라는 구한다는 절박함으로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어 본다.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집들이 선물로 방독마스크가 필수가 되고 등교하는 아이에게 “철수야 방독마스크 챙겨야지”하는 날은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는 굳센 결의로 내일의 맑고 깨끗한 청주를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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