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이 그리워지는 날
단팥빵이 그리워지는 날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4.02.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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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왠지 허기진 마음이다.

한 겨울이건만 벌써 개나리가 피고, 개나리꽃 위에 눈이 쌓였다.

내 마음에 그리움이 쌓인다.

하늘에서도 하얀 게 하나둘 사방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이런 날엔 단팥빵이 그리워진다.

단팥빵은 밥 대신 배고픔을 달래주는 식량이나 마찬가지다.

팥을 삶아 으깨어 설탕을 혼합하여 만들어 달콤한 맛이라 단팥이라 불린다.

단팥빵을 먹는 꿈을 꾸면 하는 일이 잘되고 간절한 소망이 현실이 된다는 설(說)도 있다.

그래서 단팥빵은 누구나 좋아하고 간식으로 많이 찾게 된다.

실향민이었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서천에 있는 목재소에서 일하셨다.

인도네시아에서 바다로 실어 온 통나무를 기계톱으로 자르는 일을 하였고, 회사에서 간식으로 나눠주는 단팥빵을 드시지 않고 푸른 작업복에 넣어 내게 주셨다.

“우리 막내아들 먹어라.” 하고 주시던 아버지가 나는 어머니보다 더 좋았다.

배고픈 아이가

파란 작업복에서 톱밥 냄새를 맡는다

참다못해 목재소로 향해 내달렸다

아버지도 단팥빵을 들고 뛰어나오셨다

옆구리 터진 단팥이 톱밥처럼 쏟아진다

말랑말랑하고 달짝지근한 단팥이

아버지의 얼굴에 붉게 번졌다



아버지 나이가 된 지금

단팥빵을 사러 신작로로 내달린다

길가에는 말랑말랑하고 달짝지근한

아버지 냄새가 그윽하다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며 철없는 아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허기지고 배고프다

시 「단팥빵」 전문



기억의 저편에 있던 추억이 다시금 생생하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바닷가에서 아버지와 나는 모래찜을 했다.

아버지는 모래에 몸을 묻고 땀을 내면 개운하시다며 좋아하셨다.

나는 삽으로 모래를 퍼내며 즐거웠다.

아버지는 모래찜을 끝내면 단팥빵을 꺼내 주셨다. 그 순간 단팥빵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추억 때문일까?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눈발 사이에 날아다닌다.

점심을 드시지 못하는 날에는 빵 하나가 전부일 텐데….

철없던 일곱 살배기는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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