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치 패드는 내가 찍는다
내 인생의 터치 패드는 내가 찍는다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4.02.1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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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네가 네 편이 아닐 때도 나는 네 편이 되어줄게'

부모와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나는 어떤 조력자였는지 돌아본 책이다. 은소홀 작가의 《5번 레인》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주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세운 목표지점을 향해 좌충우돌 길을 내며 결승점 터치패드를 향하는 길, 그 부모들은 단지 응원단장 역할로서의 조력자일 뿐이다.

언젠가 내 강의를 듣던 충북대학교 1학년 남학생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3년 동안 명성을 얻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는데 본인은 6개월 노력하여 이룬 성과를 갓 들어온 후배는 2개월 만에 완성하더란다. 그래서 과감히 현장을 접은 뒤 수능시험을 준비하여 대학에 들어왔고 응용소프트웨어의 축대를 쌓는 일에 독서가 필요하여 수강 신청했다는 학생이다. 대학 진학을 접고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겠다고 할 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이었느냐고 물으니 “우리는 네가 옳다고 판단한 그 선택을 지지한다”라고 하셨다니 그 학생의 부모 역시 든든한 `내 편'이었고 조력자였다. 그런 부모의 영향일까? 의사 개진도 매우 힘 있고 사고 또한 건강했던 학생이다. 부모가 정해준 길이 아니라 자신의 결승 터치패드를 주체적으로 설정하고 걸어가는 아이들, 부모는 가장자리로 비켜선 단순 조력자지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모가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길은 풍요로운 물질적 유산이 전부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오히려 그 물질로 말미암아 불성실한 삶을 사는 사례가 더 많다. 건전한 의식과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에 독서를 바탕에 둔 것은 내 고집스러운 신념이다. 오래전부터 책을 읽으면 독서록으로 정리하여 이따금 가족 단톡에 올린다. 대부분은 학교 수업에 쓸 책이지만, 독서할 시간이 부족할 아들딸과 소통할 목적으로 공유한다.

아들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 대기업의 선임연구원으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난 상반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가에 들어와 전공 살릴 새로운 입사 준비를 하는 6개월 동안 내가 엄마로서 한 일은 매끼 균형 있게 잘 차려낸 세 끼 식단이다. 출근하면서 점심 식사까지 차려놓고 나가니 처음 며칠은 부담되는지 알아서 먹겠노라 만류했다. 그동안 타지에서 바깥 음식 먹느라 몸이 고생했으니, 이제는 건강한 집밥으로 몸을 포맷할 좋은 기회라며 다독였다. 늘 제 인생의 터치패드를 스스로 찍어간 아들, 때로 비탈길도 만났으나 그때마다 잘 극복해 냈고 오히려 도약하는 긍정의 디딤돌로 삼았다.

저마다 가지 않은 길이 좋고 나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양한 기호와 개인차만 있을 뿐이다. 만약 딛고 일어설 수만 있다면 여러 실패와 경험은 삶을 재설정하는 참고서다.

“목표는 스스로 정하렴. 옆에서 돕는 게 내 역할이다.”

“난 항상 네 편이야. 혹시 네가 네 편이 아닐 때도!”

이제 곧 새 학기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계획보다는 자녀 스스로 먼저 설정한 후 조금씩 타협하며 보완해 가는 방식을 권면한다. 진정한 네 편의 역할을 돌아볼 시간이다. 그 네 편들에 힘입어 각자 제 인생의 터치패드는 스스로 찍는 건강한 청소년들, 그들이 잘 성장하여 공명정대하게 이끌어갈 이 땅의 정치적 봄날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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