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노래
개구리의 노래
  • 신찬인 전 충북도 청소년종합진흥원장
  • 승인 2024.02.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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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신찬인 전 충북도 청소년종합진흥원장
신찬인 전 충북도 청소년종합진흥원장

 

트로트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방송사마다 경쟁하듯이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오락프로를 방영하고 있다.

나도 임영웅이나 김호중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 부드러운 음색에 호소력 짙은 임영웅씨의 노래를 들으면 모래밭에 빗물이 스미는 것처럼 감성이 촉촉해진다. 김호중씨의 가창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낭랑한 목소리로 열창할 때면 덩달아 가슴이 후끈 달아오르곤 한다.

얼마 전 아내가 레이디싱어즈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왔었다. 그리곤 `인생'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지나온 삶이 생각나서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어떤 노래길래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신상우씨가 작사 작곡한 가곡이다. 멜로디의 느낌보다 가사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멀고 먼 길 홀로 걸을 때 누군가 내 손 잡고 함께 걸으니, 걸어온 길 뒤 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어쩌면 이렇게 지나온 삶을 한 자락에 고스란히 담아냈을까. 노래를 배워보기로 했다.

마침 우리 합창단(청주남성합창단)에서 단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독창회를 한단다. 임원진에서 무조건 파트별로 몇 명씩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합창이야 여럿이 함께 부르니 그냥저냥 묻어서 넘어가면 되지만 독창은 다르지 않은가. 그것도 별다른 음향기기 없이 피아노 반주에만 의존하는 거다. 발표한 사람의 음색이나 음정, 박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다. 무조건 안 하기로 했다. 굳이 사서 창피당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겐 무대 공포증이 있다.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여러 사람 앞에만 서면 머리가 텅 비고 손발이 굳어지곤 한다.

몇 년 전 솔로로 통기타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거야 오랫동안 해 온 거니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웬걸, 막상 관중 앞에 서니 멜로디가 생각나지 않고 손가락이 경직돼서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은 전주곡도 생략하고 중간중간 애드리브도 적당히 얼버무려서 대충할 수밖에 없었다.

또 몇 년 전인가 학생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했다.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그런데 또 무대 공포증이 찾아 왔다. 갑자기 멘붕 상태가 되면서 결국 연주를 망쳐버렸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니 여러 사람 앞에서 독창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은 하게 되었다.

한 달여 간 `인생'이란 노래를 수없이 불렀다. 가곡은 대중가요에 비해 음정이나 박자가 까다롭다.

음의 높낮이에 기복이 많다. 당김음, 루바토, 페르마타 등 음정과 박자에 변화를 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익숙해지지 않지만 일단 익숙해 지면 한결 깊은 맛이 난다.

노래를 부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지 수없이 음미해 보았다.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 대한 두려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꼈다. 여름철 개구리 소리가 아름다운 건 혼을 담아 노래하기 때문이란다.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독창은 생각보다 잘 된 듯싶다.

사소하지만 두려움과 맞선 시간이 희열로 다가왔다. 다음엔 또 어떤 도전을 해 볼까. 조금은 낯설고 무모한 곳에 새로운 삶이 있지 싶다. `걸어갈 길, 눈 들어 보니 까마득해 보이지만, 새겨질 발자국 하늘빛 미소, 이것이 인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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