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없다
중간이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4.01.29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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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요즘 날씨를 보면 중간이 없다. 기온이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져 추위에 떨게 하는가 하면 기온이 다시 영상권으로 올라오며 포근한 초봄 날씨로 급변한다.

창밖을 보면 곧 봄이 올 것 같은 착각마저 안겨준다. 변덕스런 날씨에 자연현상도 들쭉날쭉하다.

수선화가 일찍 싹을 틔웠다고 친구가 소식을 전해온 게 엊그제인데 오늘은 나무 꽃눈이 꽁꽁 얼어붙어 냉해도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부쩍 오른 물가지만 요즘 사과값이 금값인 걸 보면 이상기후가 물가에도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추위를 싫어하거나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겨울을 반가워하면서도 서서히 일상으로 파고드는 환경문제가 걱정이라고들 말한다.

시소게임을 하듯 온도 차가 널을 뛰면서 지구환경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가져온 겨울 날씨에 중간이 없다.

중간이 없는 것은 국민의 삶도 비슷하다.

부자가 부자가 되고, 가난이 가난으로 대물림되는 세상이 더 굳어지면서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돈이면 다 되는 천박한 자본주의 매몰돼 불평등을 완충해 줄 중간지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미덕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고 없는 이들은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로 가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사람들도 극과 극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각이 다르면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만큼 대화가 차단되고 있다. 세대 간, 성별 간, 직업 간에 커다란 대화의 벽이 생긴지 오래다.

특히 정치적 견해는 말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국민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인정이나 배려는 가볍게 무시되고 이기적인 서로가 우선이다.

일등만 우대하는 우리 사회에서 도 아니면 모라는 위험한 경쟁의식이 일상과 이념과 철학마저 빈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도 중간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합집산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예전보다 극심해 졌다. 그렇다 보니 언어도 거칠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세를 불리기 위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정치 언어도 난잡해지고 있다.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말이 혼탁해지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들로 난무하다.

국민의 정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갈라치기 하는 정치권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공적 신념은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텔레비전이라는 바보상자 속 너머에 있는 그들에게서 가치관이나 신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극과 극의 대치 속에서 포용의 중간 지대는 희석되고 사라지고 있다. 권력을 잡고자 서슴없이 신념과 가치관을 팽개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정치 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간지대가 사라진 정치 지형은 대다수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러한 콘크리트 정서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은 그저 이상세계일 뿐이다.

최근 미국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한 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로 영상 올리며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유교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의 과제는 바뀌었다. 한국인은 위험한 지평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문제이자 그들에게 직면한 새로운 실존적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지만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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