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연가
외삼촌 연가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4.01.10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어머니의 오빠이거나 남동생인 외삼촌. 외아제, 외숙부라 불리기도 하는 외삼촌.

어머니가 외동딸이거나 이모만 있는 이를 빼고는 누구에게나 있는 외삼촌.

삼촌은 결혼하면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하는데 외삼촌은 결혼해도 큰외삼촌 작은외삼촌 하는 외삼촌.

`외삼촌 뫼에 벌초하듯', `좋을 땐 외삼촌 하고 나쁠 땐 돌아선다'란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홀대받기도 했던 이름 외삼촌.

유년시절 어쩌다 집에 오면 밥상에 삼촌이 있을 때 볼 수 없었던 계란찜과 조기반찬이 올라오곤 했던 외삼촌.

그 외삼촌을 70이 넘어서 되돌아봅니다. 아니 하나밖에 없는 자랑스러운 저의 외삼촌 정용원을 노래합니다. 저도 5남 2녀 중 장남이라 큰외삼촌이라 불림 받고 산지 오래입니다. 내 아들들에게도 외삼촌이 있어 압니다. 제 외삼촌 정용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내 생애에 있어 부모님 다음으로 각별하고 고마운 분이 바로 외삼촌이란 걸.

왜냐고요? 넉넉지 못한 형편임에도 저를 무려 4년이나 거두어주셨고, 삶으로 문학으로 저를 가르치고 감화시켜 오늘에 이르게 하신 분이니 바로 외삼촌이니까요.

어머님이 외삼촌의 큰누나여서 나는 외삼촌의 첫째 생질이고 외삼촌은 외동아들이어서 제겐 하나밖에 없는 외아제입니다.

부모님이 장남인 저를 명문 중학교에 진학시킬 요량으로 다니던 안동 임하동부초등(국민)학교에서 외삼촌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경주 천북초등학교에 전학시켜 5~6학년을 외삼촌댁에서 숙식하며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여를 서울 외삼촌댁에서 숙식하며 낮에는 서적외판원으로 밤에는 외삼촌이 소개해준 부잣집 자녀 가정교사로 일하며 지냈으니 그 은혜가 참으로 큽니다.

외삼촌이 글짓기교사로 이름을 날려 시골학교에서 명문 사립학교인 서울 상명초등학교 교사로 발탁되어 흑석동 언덕바지에 위치한 방 두 칸짜리 작은 주택을 사서 살았는데 거기서 다 큰 녀석이 외할머니와 외숙모와 외사촌 여동생 셋과 함께 살았으니 불편함이 오죽했으리요. 외삼촌이니까 가능했던 감내이고 배려였기에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외삼촌과 10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 외삼촌은 선생님이었고 매사에 모범이고 근엄해서 제겐 예나 지금이나 큰바위얼굴 같은 존재입니다.

외삼촌을 떠올리면 외할머니가 오버랩 됩니다.

부모 떠나 타향에서 학교 다니는 저를 기죽지 않게 돌봐주신 고마움이 있어서이지만 외할머니의 아들 사랑과 외삼촌의 효행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이렇다 할 유산도 없이 일찍 세상을 등져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외삼촌을 중·고등학교를 졸업시킨 외할머니는 자신에게는 엄하고 자식에게는 자애로웠던 장한 어머니의 표상이었습니다. 지금도 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하면 `이 놈'하실 것 같아 옷깃이 여미어집니다.

서울에서 함께 살 때 보았습니다. 외삼촌이 퇴근할 때 마다 거르지 않고 동네가게에서 과자나 사탕을 한 봉지 사들고 와서 외할머니께 드리며 귀가인사를 드리는 걸.

외할머니는 그 중 하나를 꺼내 당신이 드시고 나머지는 손녀에게 주는데 효도의 본령을 보는 것 같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했습니다.

어머님을 그린 동시와 사모곡이 많은 연유입니다.

외할머니의 지극한 자식사랑과 처신의 올곧음이 효자 정용원, 교육자 정용원, 아동문학가 정용원의 원천이었고 자양분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외삼촌 정용원은 안동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명문사립학교인 대우초등학교 교장과 울산교육청 장학관으로 봉직한 참 교육자이고, 주옥같은 작품을 다작하며 한국아동문학회 회장과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을 역임했던 문단원로이십니다.

슬하의 1남 3녀가 모두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졸업해 잘 살고 있어 걱정할 게 없는데 아내(외숙모)가 그만 몹쓸 병에 걸려 걱정이 태산입니다. 외삼촌이 사회활동을 접고 간병에 올인하고 있는데도 차도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여 보은 못하고 사는 못난 생질이 간절히 빕니다. 여생에 평강과 축복이 있기를.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