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한겨울인데도 요즘 까페를 가면 자주 듣는 말일뿐 아니라 필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겨울에 얼음을? 하고 생각하는 분이 많았지만 MZ세대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들이 많다. 새로 생기는 은어만큼이나 새로운 현상이다. 살이 찌기도 했지만 몸에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많이 입지 않고 사는 내게는 솔직히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밤에 잠을 잘 때도 두꺼운 이불은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덮기 싫어했다.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주변의 지인들은 적당히 무게감이 있는 이불이 감싸주면 따뜻하고 포근하다고 하는데 배탈이 날까 봐 할 수 없이 덮는 얇은 이불이 내게는 최고의 이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체질도 변하는 것 같다. 요즘 잠을 잘 때는 무거운 이불이 살짝 몸을 누르고 감싸주는 기분이 들 때 편안한 잠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가벼운 이불이 건강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무거운 이불이 건강에 좋은 것일까?
노벨상 수상위원회가 있는 스웨덴의 캐롤린스카 연구소 대학병원 연구팀이 불면증 등 질환이 있는 사람들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한 달간 진행한 실험 결과 무거운 이불(참가자 몸무게의 약 12%)을 덮고 잠을 잔 그룹의 불면증이 가벼운 이불(참가자 몸무게의 약 2.4%)을 덮고 잠을 잔 그룹보다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이불의 무게를 제시했는 데 자기 체중의 약 10% 정도로 제안했다.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왜 잠을 더 잘 자는 것일까? 무게감이 있는 이불을 덮으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데 이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연구팀의 실험에서도 멜라토닌 농도가 약 32% 더 높아진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 조상들이 무거운 목화솜으로 이불솜을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보통 이불의 크기와 무게는 아이들의 체중에 비해 너무 무거워서 숨을 쉬기 힘들다.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특히 필자처럼 더위를 많이 느끼는 사람은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오히려 땀을 흘리게 되고 편안한 잠이 아니라 잠을 자다가 땀을 흘리며 깰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거운 이불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무거운 이불이 자신을 옥죄어오는 것 같고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한다면 편안한 잠이 오겠는가? 반면에 덮는 듯 마는 듯 가벼운 이불이 심리적인 편안한 잠을 줄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제시한 내용은 일반론이다. 대부분의 경우 본인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이불을 덮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이는 체내에 있는 멜라토닌 분비를 높여주어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수면을 유도한다. 음… 살짝 다른 생각이 든다. 이불과 상관없이 멜라토닌 분비를 높여줄 수 없을까? 충북 아이들의 미래 연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