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살찔 수 있다
감기로 살찔 수 있다
  •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 승인 2023.12.18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살이 찌는 이유가 참 다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많이 먹어서, 운동을 못 해서 뭐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살이 찐다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

무슨 바이러스로 살이 찌냐? 참 핑계도 많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의학적인 명칭도 있다. Infectobesity, 우리나라 말로 감염성 비만이다. 2001년에 페닝턴 바이오메디컬 연구센터의 Nikhil V. Dhurandhar 박사가 만든 개념인데, 병원성 생물,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흔히들 알고 있는 예시로는 뚱보균, 날씬균이 있다. 우리 장 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데 얘네가 있어서 우리가 음식을 소화 시킬 수 있다. 유산균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런 다양한 세균들의 조합을 “장내 세균 총” 이라고 하는데, 마른 사람은 날씬균이 많은 반면에, 비만인 사람은 비만균이 더 많다고 한다. 물론 이 분야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1가지 확실한 것은 장내 균총과 비만이 뭔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학계에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메인 주제는 이러한 균들이 아니고 아데노 바이러스다.

그럼 아데노 바이러스는 뭘까? 쉽게 말해서 그냥 감기 바이러스다. 그리고 이 감기바이러스 중에서도 아데노 36 바이러스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데, 너무 기니까 지금부터 Ad-36이라고 해보자. 산타카타리나 의대의 21년 논문에서 14,885명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총 37개의 연구를 검토해봤더니, 그중에 31개의 연구에서 Ad-36과 체중증가 및 비만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나왔다. 아직 정확한 기전이 다 밝혀진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Ad-36이 지방생성 과정을 조절하는 세포 신호전달 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Ad-36이 걸려있는 동안만 살이 찌는 건 아니고, 한 번이라도 걸렸었다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Ad-36으로 생기는 비만에는 아주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보통 살이 찌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는 이유가 비만이 되면 고지혈증이나 심장병 등이 생기고 또 가장 큰 문제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당뇨병에 걸리는 것이다. 즉 살이 찌면서 병이 든다는 것인데 Ad-36으로 발생한 지방생성은 그런 면은 없다. 살은 찌는데 건강하게 살이 찐다. 일단 혈중 콜레스테롤과 공복 중성지방 수치가 낮다.

게다가 보통은 살이 찌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몸이 인슐린에 반응을 안 해서 혈관에 설탕이 둥둥 떠다니는 병, 즉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혈관은 설탕으로 썩는데, 세포는 에너지 공급을 제대로 못 받으니 굶어 죽게 된다. 그래서 당뇨병이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Ad-36으로 살이 찌면 반대로 인슐린에 민감해져서 결론적으로 건강하게 살이 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살이 잘 빠지지는 않지만.

이렇게 해서 오늘은 감염성 비만, 그중에서도 Ad-36으로 인한 비만에 대해서 한번 알아봤다. 그러면 뭐 어떻게 하라는 거냐?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면 되냐?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Ad-36의 유병률이 22.9%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5명 중에 1명 이상이다. 그래서 아예 안 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애초에 이 Ad-36이 비만을 일으키는 기전이 아직 다 밝혀진 게 아니라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늘 주제인 바이러스로 인한 비만은 예방법이나 솔루션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찌는 나쁜 비만과는 달리 건강을 해치는 비만은 아니라는 차이점은 꼭 기억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