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복례(克己復禮)
극기복례(克己復禮)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12.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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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자신의 욕심 욕망 충족을 위한 눈앞의 이득이 아니라,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을 추구-실행하는 이상적 인간형이 군자(君子)다.

공자님은 군자가 되기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로, 온갖 욕심 욕망으로 얼룩진 `나'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극기복례(克己禮)를 강조했다. 극기복례를 위해선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공자님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무엇이 예(禮)며,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예(禮)인지 알기도 어렵거니와, 안다고 해도 그 아는 바를 실천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 또한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의 욕심 욕망에 따라 눈앞의 이득을 좇는 습성이 강한 `나'라는 에고 중심의 삶에 치우쳐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만족과 이득을 위해 인의예지 사단을 위선적으로 실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禮)를 벗어난 말과 행동의 전제조건은, 예(禮)를 벗어난 생각이다. 예(禮)를 벗어난 생각은 과거의 기억과 습관으로 얼룩진 업식의 `나'가 부여잡은 그릇된 욕심-욕망의 잣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상처가 아문 자리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업식의 `나'가 크게 죽는 극기(克己) 이후에 비로소 예(禮)로 돌아가 개과천선할 수 있다. 매 순간 스스로를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남, 주객이 모두 공(空)한 아공(我空) 법공(法空)의 일체개공(一切皆空)을 깨닫고 크게 죽은 뒤, `나 없음'의 무아(無我)인 `참나'로 크게 살아남 등도 극기복례와 일맥상통한다. `나'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 군자대로행의 멋진 삶을 누리기 위해선,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닫고 중생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자비로운 보살의 삶을 누리기 위해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서 이웃을 제 몸처럼 보살피는 큰 사랑을 실천하며 성령의 도구가 되어 하늘 뜻을 펼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는 하지 말아야 할 그릇된 생각 및 그릇된 말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멈추어야 한다. 이어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과 말과 행동도 그치고 멈춤으로써, 가능한 일상의 삶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이 수행의 첫 단추다. 이는 모든 종교에서 강조하는 계율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두 번째로는 얕고 거친 호흡을 깊고 부드러운 호흡으로 바꾸는 일이다. 호흡이 깊고, 유장하며, 부드러워지면 들뜬 기(氣)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기(氣)가 고요하고 잔잔해 지면 들뜨고 흐트러진 생각과 감정이 가라앉으며, 마음 또한 편안하고 고요해진다. 세 번째는 호흡과 기와 마음이 어느 정도 고요해진 토대 위에서, 매 순간 명료하게 깨어서 생각 감정이 일어남을 하나도 놓치는 일 없이, 온전히 알아차리며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말과 행동으로 번지기 전, 머릿속의 생각 감정을 조심하고 경계하는 참다운 파수꾼이 돼야 한다.

자신만의 비좁은 독선적 우물을 훌쩍 벗어나 매일 매일 태초의 아침을 맞는 새 사람! 극기복례를 통해 개과천선한 지공무사한 군자! `나 없음'의 텅 빈 공 속으로 침잠하여 무아를 깨달은 보살! 매 순간 자신을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난 독생자! 인의예지와 반야 지혜 및 성령의 불꽃으로 빛나는 다 함께 살기 좋은 지구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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