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에 대한 깊은 고민
수포자에 대한 깊은 고민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 승인 2023.12.1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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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특수교육원에서 근무할 때 현장의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저학년 학생들의 지적 장애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던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의 의견을 잘 신뢰하지 않고, 의사의 소견이나 진단서가 있어야 믿는데, 모든 아이들을 의사 앞에 데려갈 수는 없는 현실 앞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학습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주요 요소인 난독증은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데이터도 많이 나와있다.

그런데 난수증의 경우는 다르다. 이제 비로소 시작되는 연구분야이다. 읽기, 쓰기에서 어려움이 없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연령이 올라감에 따라 수포자가 많이 나오는 현실을 되짚어보니, 미리 적절한 시기에 단계별 처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의 누적에 의한 결과임이 드러나고 있다.

충북의 교사들 3명(복대초 권정현, 박성민 갈원초 박동훈)은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해 `AI기반 난수증 진단용 SA(Student Agency)보드 개발 및 적용에 관한 연구'로 올해 전국과학전람회 교사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난독증이라는 용어는 있으나 난수증이라는 용어는 이들이 처음 개발해 정의를 내린 것으로, 기본적인 수에 대한 인식 문제 및 기초적 사칙 연산의 원리와 방법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장애로 정의했다. 무엇보다도 이 진단 도구의 장점은 1)일반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듯이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급내 학생들 중에서 난수증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초기 진단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2)모든 학생들의 정보가 AI 기반으로 구성된 웹앱으로 개발되어있어 학생 성장의 객관적 정보 자료로 언제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충북도교육청에서 개발되는 다채움 플랫폼에 이 난수증 진단용 웹앱이 함께 탑재될 예정이다. 플랫폼에 맞게 다듬어지는데 시일이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이를 통해 충북의 교사들은 앞으로 학생들의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난수증을 초기 진단할 수 있고, 미리 적절한 시기에 처치될 수 있도록 임계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학생의 성장 발달에 객관적 정보로 활용될 것이므로 학부모 상담의 근거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전람회 컨설팅을 하면서 난수증 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교사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IQ, 탐구과정 검사도구 등 표준화된 검사도구처럼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진단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고민, 난수증에 해당하는 단계의 선정과 그 위계에 대한 고민, 학생들의 책상에서 AI로 디지털화하는 어려움 등 수많은 고민으로 이뤄진 성과였다. 그런데 정작 제일 해결이 안되는 고민은 주변의 수학과 과학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

`수포자, 난수증 이런 것들이 과학전람회에 나올 만한 주제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수학의 용어로 세상을 기술하는 것이 과학이다. 동전의 양면인 관계이고 수학자가 곧 과학자이며 과학자가 곧 수학자인데. 뉴턴은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로 주로 기재되는데 그러면 그는 과학자인가 수학자인가? 나와 다른 너로 구분지어 반대쪽에 세워놓고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관련돼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곧 불투명한 미래를 보는 새로움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음악 화음 속에 과학이 숨쉬고 우리말에 진동수의 법칙이 들어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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