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사주 폭로 의혹 남기지 말아야
테러 사주 폭로 의혹 남기지 말아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12.0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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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현직 도의원이 자신과 기자 2명에 대해 폭력적 방법의 테러 사주가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박진희 충북도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정당한 의정활동과 언론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물리적 위해를 가하려 한 시도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테러 사주 인물로 지목한 A씨는 김영환 지사의 고향 마을인 괴산군 청천면에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인물로 전해졌다. 박 의원에게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B씨는 “(A씨가)손 좀 봐줘야겠다는 말은 했지만 사주는 아니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현직 도의원과 기자에 대한 전례 없는 테러 사주 의혹 폭로를 접하면서 충격과 경악을 금치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건전한 비판기능의 약화다. 현직 도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으니 지방의원과 기자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만일 자신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됐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섬뜩함을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적 감시 장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테러 사주 의혹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열한 테러 사주 의혹이 제기되자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는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했던 반헌법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테러 사주 의혹 배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의원과 기자의 정당한 의정활동과 취재를 위협하고 중단시키려 한 시도는 민주주의 시계를 한참이나 뒤로 돌리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충북기자협회도 “단순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고 청부살인의 뜻까지도 담겨 있었다는 게 폭로 내용이다. 수사당국은 김영환 지사 측근의 현직 기자 테러 사주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성명을 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방의원을 겨냥한 테러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7년 이재만 청주시의원이 자신의 집 차고 앞에서 흉기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청주시내 폭력조직 조직원 2명이 살인죄로 기소되고,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선배 조직은 4명은 상해치사죄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당시 유족들은 “이 의원을 살해한 범인들이 검거됐지만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니 그 배후를 밝혀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테러를 지시했다는 B씨가 병으로 숨지면서 더 이상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됐다.

지방의원과 기자를 겨냥한 폭력은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일 뿐 아니라 감시와 견제를 위축시키는 행위가 아닐수 없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정치방식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주장이 비록 자기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민주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태도이자 덕목이다.

건전한 비판을 폭력으로 겁박하고 재갈을 물리려 했다면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더라도 이런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수사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물론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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