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극 `선킬라'
강의극 `선킬라'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11.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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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선욱현 배우의 연기 장면.
선욱현 배우의 연기 장면.

 

연극은 지루하지 않았다. 강의극(lecture drama) 형태의 작품을 여태 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컸는데, 관람하길 잘했다.

블랙 코미디의 성격을 띤 강의극 `선킬라'는 배우 선욱현의 모노드라마로서 킬러를 속성으로 육성한다는 출장 강의를 내용으로 한 작품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뜬구름 잡듯이 황당무계하지 않았고, 여러 개의 질문을 던지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1. 당신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역사성을 설명할 수 있으며, 열정적인 자긍심을 갖고 있는가? 2. 당신은 철학을 갖고 일을 하는가? 3. 당신은 창조적인가? 4. 당신은 잘 노는 유희적 인간(homo ludens)인가? 5.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선욱현은 노련한 항해사처럼 객석의 바다를 살폈고, 목적지에 안착했다. 유려하게 대사의 템포를 조절하였고, 지나치지 않은 애드리브로 긴장감의 밀도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솔직 담백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군데군데 녹여냈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원도 춘천에서 온 통통창의력발전소의 강의극 `선킬라'는 충북연극협회가 충북도립극단의 창단을 기원하면서 올해 제21회 소극장 연극제의 메뉴로 준비한 네 개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 순서였다. 연극을 보면서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이 있었다. “파리 잡을 땐 에프킬라, 배꼽 잡을 땐 선킬라!” 그만큼 많이 웃었다. 우리말 중에 `죽겠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 죽겠다', `맛있어 죽겠다', `웃겨 죽겠다'와 같이 단순히 강조적인 뜻을 더하기도 한다. 강의극 `선킬라'에서 목표로 삼았던 킬러도 희망적인 경우였다고 보고 싶다.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 창조적으로 잘 노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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