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어러를 들어 보았나요?
영케어러를 들어 보았나요?
  •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3.11.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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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나의 아저씨’가 한참 인기몰이를 했다. 지인들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기에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약간 우울한 모드였다가 점점 빠져들어 결국 날을 세워 봤다. 아이유가 배역을 맡은 이지안은 홀로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힘든 처지에 있었다. 드라마를 볼 때는 또 한 명의 힘든 청년이라 생각했다. 
2023년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청년실태조사(2022)’결과를 발표했다.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1.6시간으로 희망돌봄시간보다 7.3시간 더 돌봄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청년에 비해 삶에 대한 불만족도가 2배 이상 높고,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결과는 소위 ‘영케어러’라고 불리는 돌봄 청(소)년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케어러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수치가 없다. 처음 이루어진 이번 조사는 영케어러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질병, 장애, 정신건강, 알코올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족구성원을 직접 돌보는 아동, 청(소)년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이지안과 같은 청(소)년들이 1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추정일뿐이다. 먹방으로 지나친 향락적 요소가 있는 예능이 만연된 우리 사회는 힘겨운 가족 돌봄 부담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영케어러들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먼저 학교 등을 통해 배운 적이 없는 특수 돌봄의 현실에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돌봄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영케어러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은 한참 성장기에 있다. 꿈도 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준비를 해야 하나 비돌봄 청(소)년에 비해 돌봄의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다르겠지만 빈곤이 현실에 닥쳐 있다. 성장기 돌봄은 한참 사회로부터 소통하고 배워야 하는 시기임에도 돌봄 환경은 사회로부터 고립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게 만든다.
중앙정부에서는 긴급하게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대책들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원스톱 통합지원사업 실시,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 상시 발굴…. 어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언어로 반복되는 내용이다. 과연 이런 대책들이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에서도 발표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었는가.
정부정책은 근본 문제 해결보다는 보여주기 해법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없고 신규 예산이 없고 신규인력 배치 없이 기존 시스템에 사업명 하나 더 붙여주고 그 일들을 기존 인력이 하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으로 중앙정부의 한계를 지방정부가 보완해 주고 있다.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8개 광역지방정부와 창원을 비롯한 20여개 기초지방정부가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지원조례는 다른 지역 조례와 달리 기본적인 실태조사, 지원계획 수립 외에도 지원센터설치, 전담인력지원, 가족돌봄수당 운영, 가족돌봄카드 지원 등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선 내용을 담고 있음으로써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 
영케어러가 등장하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움직이는 동안 충북도와 도내 11개 지방정부는 아무런 논의와 정책적 대응점이 없다. 그나마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어제인 23일 최초의 논의자리를 마련함은 그 의미가 상당하다.
충북도는 충북지속협의 논의를 기반으로 지원근거가 되는 조례를 빠르게 만들고 조례를 근거로 실태조사를 전방위적으로 실시,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원계획에는 작동원리로서 운영시스템을 충북형으로 아이디어 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마지막 한가지는 새로운 사업에는 새로운 인력이 반드시 수반될 때 성공가능성은 높아짐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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