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사로잡혔다
마음이 사로잡혔다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11.22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청주문화원에서 실시한 추계 문화답사로 국립부여박물관을 다녀왔다.

마음에 감동을 주고 마음을 사로잡는 예술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는 순간 마음이 사로잡혔다.

현대는 첨단 기술 발달로 다양한 공예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현대의 공예품과 비교할 수 없는 백제 금속공예 최고의 걸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무려 1,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있었다. 진흙이 산소를 차단한 효과로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단다.

유구한 세월과 끊임없는 역사의 변화 속에 찾아낸 유물 백제금동대향로는 보물로 지정되었다. 백제의 예술혼을 간직한 향로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제금동대향로는 4개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용 모양 향로 받침과 연꽃이 새겨진 향로의 몸체와 산악도가 솟아오른 향로 뚜껑 그리고 뚜껑 위 봉황 장식이다.

향로의 꼭지는 봉황 한 마리가 턱 밑에 여의주를 안고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모습이다. 봉황의 살짝 벌린 부리에 알 듯 모를 듯 엷은 미소가 배어 있다. 턱밑에는 천지조화를 부릴 수 있는 여의주를 품었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생동감에 백제 부흥의 꿈을 보듯 가슴 벅찼다.

뚜껑 전체는 첩첩산중으로 신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봉래산을 연상케 한다.

심산유곡에서 피리, 소, 비파, 현금, 북들을 연주하는 5명의 악사의 연주가 산과 봉우리에 울리는 듯 환청에 사로잡힌다. 산중에 울리는 연주에 호랑이·사슴·코끼리·원숭이 등 반인반수 등 65마리의 동물이 어슬렁거리는 듯 나의 눈을 현혹한다.

해설사의 설명 따라 눈을 돌리니 6그루의 나무와 12곳의 바위와 산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의 잔잔한 물결 그리고 다양한 86명의 백제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해설사의 설명이 없었다면 향로를 무심히 보아 백제인의 사랑과 꿈을 예술로 승화한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해설사는 향로를 향해 사진을 찍어 대는 관람객의 어수선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 간다. 향로의 몸체는 연꽃잎 8개씩 3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꽃잎의 중앙과 연꽃잎 사이사이에는 24마리의 동물과 2구의 인물상이 묘사돼 있다. 각각의 연판 안으로는 물고기와 새와 동물 등을 한 마리씩 도드라지게 부조했다.

아래 받침대 부분은 마치 용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받들고 하늘을 오르는 모습이다. 승천하는 용의 자태는 백제의 힘찬 기상을 보여주는 백미란다.

국립부여박물관에 백제의 다양한 문화제가 소장되어 있지만,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모든 것을 품고 있단다.

백제의 창의성과 뛰어난 조형성을 바탕으로 당시 도교와 불교가 혼합된 종교와 사상을 알 수 있단다. 그리고 백제의 공예기술과 미술 문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단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의 명복을 빌고 백제의 태평성대를 기원할 때 사용한 용기란다. 백제의 영원한 부흥을 기원했던 위덕왕의 성스러운 꿈을 간직한 향로다. 왕명을 받은 장인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백제 문화의 정수이자 당대 예술혼이 집약된 최고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백제금동대향로의 공예의 가치와 쓰임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백제인의 삶과 예술혼에 마음이 사로잡힌 날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