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혁신 경쟁 보고 싶다
제대로 된 혁신 경쟁 보고 싶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11.1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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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혁신위를 가동하고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를 출범하는 등 내년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단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잡고 가는 모양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추진력이 당초 예상을 웃돌며 꾸준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임명권자인 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고 실세 윤핵관들에게 서슴없이 메스를 들이대는 저돌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수도권이나 호남 험지에 출마하거나 용퇴하라”고 친윤 핵심의원들을 압박하며 일찌감치 혁신위의 명운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친윤의 보스격인 장제원 의원이 버스 92대를 동원해 저항하자 “거침없이 소임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싸움판에 대통령까지 끌어 들였다.

대통령실이 그의 발언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 위원장이 실없는 소리를 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않은 것 같다.

혁신위가 승산없는 싸움을 벌였다는 애초의 예측은 이제 `세도가 하늘을 찌르던 윤핵관의 시대도 저무는구나'라는 장탄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윤핵관 명단에 끼지 못해 안달을 하던 의원들이 “나는 한번도 윤핵관이었던 적이 없었다”며 앞다퉈 돌변하는 우울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윤핵관 정리에 성공해 혁신 이슈에서 야당을 앞서 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혁신이 거기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성패는 그들이 비운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에 달려있다. 국민의힘 명패만 달면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구의 선수들이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이나 새로운 윤핵관으로 대체된다면 근사한 명분을 달아 윤핵관을 배제한 혁신은 가짜가 된다.

내년 총선에서 활약할 새 인물을 찾을 인재영입위원장에 대통령 측근 이철규 의원이 임명된 점은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후보를 잘못 내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불과 20일만에 인재를 물색할 적임자로 인정받아 복귀했으니 당 안팍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의 우려대로 지역구 물갈이가 친윤 세력 구축 용도로 변질된다면 국민의힘은 유권자는 물론 당원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인요한 위원장 역시 기만의 정치를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쓸 것이다. 어떤 피로 비워진 혈관을 정화할 것인지, 수혈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까지가 혁신위가 할일이다.

이미 혁신위 카드를 하릴없이 소모한 민주당은 이슈 선점에서도, 정국 주도에서도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지만 위기감은 감지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혁신위를 바라보며 좌초히기 만을 고대하는 모습이랄까. 유능한 민생 정당, 미래 준비 정당, 끊임없이 혁신하는 정당을 3대 모토로 내걸고 출범한 총선기획단은 친명 핵심인 조정식 의원이 단장을 맡으며 기대치가 떨어졌다. 첫 실무회의에서 이전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했던 사안들을 다시 검토하기로 함으로써 한계를 스스로 설정했다.

그나마 혁신 비슷한 목소리는 지도부나 공식 기구가 아닌 외곽에서 터지고 있다. 지난주 비명계 의원 4명이 발족한 `원칙과 상식'이 의제를 제기해 눈길을 끄는 정도다. 이들은 방탄정당 종식을 외치며 지도부에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 3개 방안을 12월 안에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연말까지로 시한을 정한 대목에선 탈당 의지까지 읽혀지지만 지도부에선 반향조자 없다. 김두관 의원이 “혁신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메아리가 없긴 마찬가지다.

이러는 사이 당에는 `흘러간 옛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밀려 탈당한 송영길 의원 등이 공천판과 선거판을 기웃대고 있다. 이들이 민주당을 참칭한 위성정당을 만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판이다. 당이 오죽 우습게 보였으면 이런 후안무치 행태가 벌어지겠는가. 필패의 길을 걸으며 `200석 압승론'을 읊는 무신경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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