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강훈봉을 기리며
효자 강훈봉을 기리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11.0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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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뜬금없이 웬 효자타령이냐고요? 아니 강훈봉이 누구 길래 그러느냐고요?

그래요. 효자란 말도 그렇고 듣도 보도 못한 강훈봉이란 이름 석 자도 그러하니 생뚱맞다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애써 이글을 띄우는 건 강훈봉의 효성이 주는 감동과 이 시대에도 이런 효자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강훈봉씨는 아내와 7살 딸을 둔 37살 젊은이입니다.

맨발걷기가 찢어진 무릎연골 재활치료에 좋다고 하여 김수녕양궁장 맞은편에 있는 숲공원 오솔길을 지팡이를 짚고 어정어정 걷고 있는데 훤칠한 키에 콧수염과 꽁지머리를 해 연예인 같기도 운동선수 같기도 한 젊은이가 겉보기에도 중환자처럼 보이는 초췌한 여인 뒤를 그림자처럼 붙어서 따라다니는 겁니다.

기이해서 사연을 알아봤더니 여인은 담도암 투병 중인 젊은이의 어머니였고 젊은이는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을법한 그녀의 효자아들 강훈봉이었습니다.

2남 1녀 중 막내인 훈봉이가 처자식이 있음에도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1년간 휴직하고 어머님을 극진히 돌보고 있어 놀랐고 경이로웠습니다. 항암치료를 위해 한 달에 두 세 번씩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S병원을 오가는 건 물론이고 맨발걷기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를 숲공원으로 모시고 와서 맨발걷기와 접지를 잘 할 수 있도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발을 듭니다. 목마르면 물 드리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뜻한 옷 입혀드리고, 지루해 할까봐 수시로 말동무도 해드립니다.

일찍 병사하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며 힘들게 자식을 키웠는데 어머님마저 그리되게 할 수 없다며 치료에 좋다면 뭐든 하는 아들이기에 갸륵하기 그지없습니다.

경제적 가정적 손실과 불편을 마다않고 남편이 시어머니 치료에 전념토록 배려한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효행이기에 부창부수인 그의 아내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훈봉씨의 효행을 지켜본 맨발걷기 동호인들이 지성이면 감천이라며 훈봉씨 어머니가 빨리 완쾌되기를 한마음으로 성원하고 응원하고 있어 이 또한 감동입니다.

만난 지 불과 2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맨발걷기하다 마주치면 오랜 지기처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데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하는 오솔길을 의지의 한국인마냥 걸으며 생각합니다.

저 어머니는 어쩌다가 몹쓸 담도암에 걸렸을까, 저 어머니는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기에 저런 효자를 두었을까를.

문득 내 아들 며느리를 떠올리니 순간 망연자실해집니다.

아프지 말아야지,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효자집안에 효자가 난다는 옛말을 상기하면 효도는 언감생심입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병사를 대책 없이 지켜봐야했던 불효자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효는 대물림하는 도돌이표 사랑인 것을 이제야 압니다.

10계명 중에 유대교는 `부모를 공경하라'를 4번째 계명으로, 가톨릭은 `부모에게 효도하여라'를 5번째 계명으로 삼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비롯한 많은 신자들이 효를 게을리 하고 소홀히 하니 10계명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아들은 결혼하면 며느리 남편이고 딸은 사위 아내인지 오래입니다.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던 농경시대에는 자식돌볼 겨를 없이 키웠는데도 효자 효부가 도처에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나 아니면 둘 낳아 애지중지하고 키우는 작금에는 효자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자식이 노후보장의 보루였던 때도 있었지만 이 역시 먼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 자식 귀한지 알았지 지 부모 귀한 줄 모르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강훈봉의 효행은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이며 귀감입니다.

훈봉씨 어머님의 조속한 완쾌와 훈봉씨의 건행을 빌며 펜을 놓습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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