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秋日抒情)
추일서정(秋日抒情)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11.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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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가덕면 한계리의 가을.
가덕면 한계리의 가을.

 

발길을 돌려 하루에 하나씩 즐거울 거리를 찾자는 뜻의 이름을 지닌 카페를 찾았다. 억새풀이 바람에 몸을 뉘는 오후였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구름은 두둥실 떠다녔다. 산은 황적색을 점묘화처럼 머금었다. 코스모스는 산들거리고, 잠자리는 한가롭게 날았다. 가을이 달콤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카페의 통창 너머로 눈길을 멈추고 멍을 때리는데, 얼마 전에 다녀온 다른 지역의 갤러리가 떠올랐다. FM 라디오 방송의 주파수가 이름에 들어간 곳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란 시가 생각났었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라는 부분 때문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갤러리에선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란 타이틀로 공존화를 그리는 장지연 작가의 여러 그림이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꽃신, 나비, 꽃, 동물, 별, 달, 나무, 열매, 여인, 소원, 사랑 등에 관한 작가의 꿈과 접속이 참으로 애틋하게 느껴졌었다.

다시 통창을 살펴보니, 노린재 한 마리가 달라붙어서 향방을 재고 있었다. 문득, 주변과 자신에게 답해야 할 것은 사랑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예쁘지 않은 것을/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좋지 않은 것을/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나태주의 시, 사랑에 답하다)

가을날의 서정이 사랑으로 물들여지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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