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시대 언제쯤 오나
지방대학시대 언제쯤 오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10.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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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지방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주눅드는 세상.

“어디 사세요?”,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물을 때 숨 한 번 내쉰다.

누군가 말했다. 요즘 우리는 서울, 지방, 북한이라는 삼국시대에 사는 느낌이라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마저 읽어내는 시대이지만 대학가는 신 골품시대에 산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살지 않으면 비수도권, 이른바 지방사람이다. 지방대학에 다니면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 소리를 듣는다.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캠퍼스 학생들은 `입장객'으로도 불렸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방학생들은 입학한 전형에 따라 벌레 `충(蟲)'자를 붙인 이름으로 불린다.

기회균형선발전형 입학생은 기균충,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생은 지균충, 사회적배려 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생은 사배충, 편입생은 편충이가 된다.

여기에 수능 성적과 학교 간판으로 또다시 일류, 이류, 삼류라는 벽을 쌓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방대학시대'를 약속했다.

지역 거점대학을 육성해 지역위기 극복 및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를 통해 지방시대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 10명 가운데 9명은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한다는 로스쿨 설립 취지와 배치된 결과다.

전국 25개 대학의 로스쿨에 2019년부터 5년간 입학한 신입생 중 수도권 대학 출신비율은 88.5%로 나타났다. 서울에 소재한 로스쿨만 국한하면 수도권 대학 출신은 94.45%다.

나머지 5.55% 상당수는 경찰대, 한국과학기술원과 같은 특수대학 출신이다. 충북대 로스쿨의 경우 최근 5년간 입학한 신입생 중 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은 90.10%, 충남대 로스쿨은 78.87%로 집계됐다. 지방에 소재한 로스쿨마저 수도권 대학 출신이 점령한 상태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의대 졸업생의 취업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의 의대 졸업생 취업 현황(2017~2021.12.31)' 자료를 보면 분석대상자 8501명 중 57.7%인 4901명이 수도권에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인 2193명이 서울에 취업했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 중 지방 출신비율은 높을까?

올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입학생 674명 가운데 수도권 출신 비율은 절반 이상인 55.3%(373명를 차지했다.

수도권 출신은 서울 169명(25.0%), 경기 182명(27.0%), 인천 22명(3.3%) 순이었다.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입학생의 수도권 출신 비율은 지난해(50.7%)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교육 기회균등과 학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시행하는 지역균형전형의 입학생 절반 이상이 수도권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방대학 출신 인재를 확대하겠다며 만든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지방대육성법)이 있지만 지방대학 출신은 갈 곳이 없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채용한 전국 공공기관 266곳 중 139곳(52.5%)이 지방대 졸업생 채용 권고 기준인 35%를 충족하지 못했다. 71개 기관은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이유로 충북대를 찾았다. 지난 19일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이유로 윤 대통령은 또다시 충북대를 방문했다.

지방대학에서 굵직한 회의를 주재한다고 지방대학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지방인재를 채용하라는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지방대학 시대가 올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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