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해진 정부 예산 지자체가 풀어야
인색해진 정부 예산 지자체가 풀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10.23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연말이 다가오면 예술인들은 바쁘다.

문학인들은 책 출간으로 누구보다 바쁘고, 미술인들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전시할 작품출품으로 바쁘다.

공연예술계 역시 한해의 결실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런가 하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 못지않게 내년을 준비하는 일로도 분주하다. 한국예술위원회와 지역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지원금 신청이 연초에 쏠려 있어 사업 기획과 자료준비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예술인 지원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장르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술인들끼리 벌여야 할 치열한 경쟁도 문제지만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내년 예술계의 기근은 불 보듯 뻔해졌다.

가난한 예술인들은 축소된 정책으로 작품 발표의 기회마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주말에 만난 출판사 대표는 내년 예산 삭감 소식에 벌써 출판시장은 얼어붙었다고 했다.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책 나눔 예산도 대폭 줄어들어 출판사들은 비상이라고 했다.

대형출판사 몇 군데를 제외하곤 대부분 1인 출판사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정부의 소소한 지원사업의 예산 소멸은 결국 출판사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지금도 스타작가를 제외하고 많은 작가가 자비 출판이나 지원금 출판으로 책을 발간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예산 삭감은 문학의 다양성이나 창의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독서 인구의 감소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문학 출판 시장 자체가 붕괴할 소지가 크다. 전국의 문학단체들이 삭감된 예산을 복원시킬 것을 주장하는 것도 문학과 출판과 작가를 잇는 최소한의 문학생태계를 지키려는 이유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예산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의 창업과 안정적 기업 운영을 돕고자 지원했던 정부의 노동자 인건비 지원이 대폭 삭감되면서 사회적기업들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기계화되면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 성과를 보여온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협하고 있다. 당장 노동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겠지만 소상공인들의 기업 운영도 타격을 면키 어려워졌다.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 지원 예산 역시 내년에는 삭감을 기조로 하고 있다. 지원사업으로 예산을 받는 곳보다 형편은 낫겠지만 자유로운 기획이나 활동은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미술관이나 지역 재단들의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내년 사업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도 예산에 맞춰 축소 운영해야 할 처지다. 담당자들의 고충에 담당부서에선 행정안전부의 지침대로 예산 30%를 삭감해 예산서를 올리고 부족한 예산은 내년 추경에 다시 검토하자는 분위기다.

부처별 예산 편차를 적용할 경우 집단 반발 가능성도 예견된다.

예산을 높여도 부족한데 부족한 예산에서 줄이려니 지자체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고충에는 예산 삭감 분야가 대부분 서민을 지원하던 사업이란 데 있다. 예산을 그대로 집행해도 세수 적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치다. 그만큼 서민 지원 정책에 큰 예산이 투입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서민 지원 예산은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서 마중물이 돼 취약지대를 세심하게 보완해주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 역할도 하고 있어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 늘려야 할 예산들이다.

서민 지원에 인색한 정부를 대신해 지자체의 유연한 지원 정책을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