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3.09.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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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교육행정가 휘태커(T. Whitaker)는 저서 `힘든 학부모 다루기'에서 대개 90% 이상의 학부모는 자녀를 잘 양육하며 학교와 교사에게 정상적이지만 5% 이하의 학부모들이 자녀교육과 학교에 대한 태도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1% 미만의 학부모로 인해 학교는 초토화되고 교사들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것이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 나르시시스트 학부모

나르시시스트는 없는 나를 만들어 가짜 이미지의 나를 사랑하고 우월감을 갖는 `자기애성 인격(성격)장애'이다. 이들은 마땅히 느껴야 할 부끄러움을 당할 때나 창피해야 할 때에도 창피함을 모르며 도리어 화를 내며 상대를 공격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여기며 우월감에 빠져 있다. 따라서 학교나 교사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기 원하고 무조건 자기의 요구에 순응하기 강요한다.

이들은 자녀에게 자신의 과대성을 투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식을 자신의 연장 선상으로 바라본다. 자신을 지나치게 잘난 존재로 여기다 보니 자녀도 덩달아 이상화해 완벽한 존재로 바라봐 자녀에게 아무런 결점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 결과 `우리 아이가 최고야, 너는 완벽해'라는 사고를 기반으로 자녀가 요구하는 것은 뭐든 허용한다. 이들은 자녀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훈육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상대학생의 잘못으로 돌리거나 학교 또는 교사의 책임으로 몰아간다. 일반 사회생활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 전위하는 학부모

방어기제로써 전위(轉位, displacement)는 본능적 충동을 재조정해 원래의 대상보다는 위협이 적은 대상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전위 된 공격성'으로 표현되는데 아버지로부터 꾸중을 들은 아이가 자기보다 약한 동생에게 화풀이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문제 되는 1%의 학부모들은 대개 독특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50년 전 학교와 교사를 힘들게 했던 학부모들의 손자, 손녀들일 수 있다. 학교를 힘들게 하는 학부모들은 학창시절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많다. 특히 지금의 40~50대는 학교에서 맞고 자랐거나 평등한 대우를 못 받으며 자라나 학교에 대한 불신이 큰 세대이다. 30대 학부모들은 워킹맘, 이혼모, 가정 내 경제적 상황 등으로 스트레스가 높아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자녀를 잘 키우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라 당황하며 자신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녀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에 아무런 보호막이 없어 약해 보이는 학교와 교사는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풀 좋은 전위 대상이 될 수 있다.

30년 이상 교단에서 학부모들을 상대해보고 교장까지 하고 있는 필자도 1%에 속하는 그들과 만나면 다리가 풀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그들의 눈빛과 표정은 일상의 생활을 못할 정도로 충격으로 남는다. 30년 경력의 교장도 이러할진 데 젊은 교사들은 어떠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들이 누구인지 빨리 알아채야 한다. 상식적인 학부모라면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상대가 나르시시스트라면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들은 교사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해 감정적으로 자극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교사가 정서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쾌감과 우월감을 느낀다. 따라서 상대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에는 시원하게 대응하는 욕구가 솟구치더라도 회색돌처럼 침착하고 초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혼자서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교 조직 안에서 교직원들이 연대해 대응하고 외부의 법적인 조력을 구해야 한다. 부끄럽고 자존심 상할지 모르지만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렇게 버텨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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