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늘
과거의 오늘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8.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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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SNS의 폐해가 적지 않지만, 좋은 점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이라면서 해는 다르지만 같은 날에 올렸던 포스트를 대면하게 되는 경험이 그렇다.

며칠 전에는 “살아서는 내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한다”라는 뜻으로도 새길 수 있는 말인 `존오순사(存吾順事)'를 쓴 글씨 사진과 함께 적었던 10년 전의 기억이 과거의 오늘로 등장했는데, 내용이 가관이었다.

“존오순사. 살아 있을 동안, 나는 순리대로 일해야만 하는데…. 제대로 살아야만 하는데…. 어설프게 퉁퉁 부어버린 `나'라는 사람을 보면서(存),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만 할 것인가 덕지덕지 고민하게 되는군요(吾), 공동선과 같은 도리를 따라야만겠지요(順),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섬겨야만겠지요(事).”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어쩌면 저리도 말만 번드르르하게 꾸며냈을까 싶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때 과거의 오늘 댓글에는 그날 카톡에서 선물처럼 받았던 글귀도 남겼었는데,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며 화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생의 날수는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넓이와 깊이는 당신

강대헌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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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얼굴 모습을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얼굴의 표정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날의 날씨를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마음의 기상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하기도 바쁜데, 당신은 어찌하여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하여 걱정하며 염려하고 있습니까? 돌아보면 인생은 빠른데, 오늘 하루는 당신 마음의 열쇠로 열 수도 닫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나를 진단하거나 위로하는 시금석이 되는 과거의 오늘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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