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이상한 사회보장제도
가난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이상한 사회보장제도
  •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3.08.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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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수급권자란 이 법에 의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 위 조항은 2000년 10월 발효가 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이전 법인 생활보호법에서는 생활보장 대상자라고 지칭이 되었고 아무리 가난해도 만 18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가는 그 가난을 외면했다.

기초법은 국가가 정한 일정한 자격에 해당하면 국가는 그 가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다. 영국 nhs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한국사회에 도입하기 위해 2015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내셔널미니멈운동'을 한국사회에 아젠더를 던졌고 김대중 정부가 입법화했다.

기초법의 가장 큰 성과적 의미는 법상`수급권자'라고 명시하고 있음으로써 복지가 명실상부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한단 최초의 사회복지 성문법 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미는 헌법상 권리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생존권적 기본권'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복지역사의 한 획이 되었다. 그럼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모든 가난한 국민이 최저한의 삶을 보장 받고 있는가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몇 가지 측면만 살펴보겠다. 가장 큰 문제는`가난한 자신이 가난을 적극적으로 입증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정한 틀에 들어맞아야 가난한 사람이라고 국가는 인정한다. 그 과정에서 내 자존심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사업실패 등 다양한 형태로 가난은 유발된다. 가뜩이나 가난함으로 심신이 피폐한 사람들에게 자존심 다 내려놓고 국가가 하란대로 자신의 결핍을 증명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렇게까지 해서 가난을 입증했는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탈락할 수도 있다. 가족인지도 모르고 산지 오래된 가족이 부양의무자라는 기준으로 인정되어 국가보다 그 사람에게 생계비를 받으라는 경우도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가난에 대해 국가보다는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좋다. 이렇게라도 해서 수급권자가 되었다. 그럼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게 또 현실이다. 가난을 벗어 나기 위해 조금더 열심히 일하면 소득이 생기기에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난을 극복하라 하면서 가난을 벗어나려 일을 하면 탈락시키는 이상한 제도다.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데 왜 그리 복잡한가. 꼭 내가 신청해야만 내가 수급자가 될 수 있는가. 최근 복지기관에서 대리 신청이 가능하다 했지만 근본적이지 않다. 수급자가 되면 통신비, 공공요금, 전기료 등등을 감면해 주는데 역시 내가 신청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을 주기 아깝지 않고서는 이럴 순 없다.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모든 소득이 이미 노출된 상황이고 이 모든 것은 전산화 되어 있지 않은가. 국민이 신청하기 전에 국가시스템으로 파악한다면 가난을 내가 증명해야 하는 창피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눅 들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가난하다고 낙인되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동네주민은 몰라도 국가만 알아도 되지 않겠는가. 국민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국가가 될 수는 없는가. 문제는 예산을 쓰지 않으려는 꼼수에서 나왔다. 덜 주기 위해 자격기준을 좁게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 안된다고 했던 사례들이 언론보도가 되며 웬만해선 수급자가 되는 현실은 무엇인가. 결국 제도는 충분한데 운영하는 약은 머리들이 문제다.

국민을 창피하게 만드는 이상한 사회보장제도는 언제나 바로 잡힐 것인가. 우리 모두 주시하고 주장해야 한다. 국민의 체면을 살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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