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 노심초사
극한호우 … 노심초사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8.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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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노심초사(心焦思)는 마음속으로 애를 쓰고 생각이 많아 속이 탄다는 뜻이다. 치수(治水)와 관련된 고사성어다.

중국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 유래했다.

“우는 선친 곤이 공을 이루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 것이 마음 아파 노심초사하면서 13년을 밖에서 지냈는데 집 대문 앞을 지나면서도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사기(史記) `하본기(夏本紀)'의 하(夏)나라 우(禹)임금에 대한 대목이다.

요임금 시대에 곤이 치수에 실패해 황하유역의 잦은 홍수로 백성들이 피해를 입자 순임금은 그를 처형하고, 그의 아들 우에게 치수업무를 맡겼다. 우는 13년 동안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일에만 몰두해 치수에 성공했다.

고대에도 임금에게 책임을 물을 정도로 치수는 중요했다. 한 국가의 흥망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치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특히 급변하고 있는 기후환경으로 새로운 치수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극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심화된 환경변화는 기존 치수정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커지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지난해의 태풍으로 인한 포항 제철 조업 중단과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는 기존 치수정책 개선을 고민하게 했던 재해였다.

`극한'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치수정책이 필요해졌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호우 피해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리시설이 열악한 산간지역과 농촌지역에서 물난리를 많이 겪었다.

농경지와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한 지역 대부분이 산간지역과 농촌지역이었다.

단양, 보은, 괴산이 대표적인 곳이다. 소백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지역은 얼마전까지 상습적인 수해지역이었다.

단양의 경우 댐 건설, 석회암지대의 시멘트 광산개발로 인한 산림훼손 등으로 남한강이 범람하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큰 산을 끼고 있는 이들 지역보다 도심지역에서 잦은 물난리를 겪고 있다.

청주는 단양, 보은, 괴산지역에서 매년 반복되는 물난리를 겪는 동안 자연재해는 거의 없었던 곳이다.

재해로부터 안전지대였던 청주시가 최근들어 물난리에 시달리고 있다.

청주는 지난 2017년 큰 물난리를 겪었다. 일부 도심 하천이 범람 또는 범람위기까지 갔다.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집중호우로 오송에서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호강 주변지역의 농경지, 주택 등이 침수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도 입었다.

`극한호우'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기후환경이 독해진 가운데 산간지역과 농촌지역보다 도심지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차도, 인도, 주차장, 공원 등 도시전체가 포장된 상태로 빗물이 스며들 틈이 없다. 땅속으로 들어가야 할 빗물이 고스란히 유입된 도심 하천은 과부하가 걸려 범람할 수 밖에 없다.

빗물 침투가 용이한 기능성 포장재 사용 등 기존의 도시관리 정책을 바꿔야 한다. 극한호우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하천을 넓히고 준설만으로는 투입예산 대비 효과를 키울 수 없다. 극한호우를 극복할 새로운 치수정책 수립과 실천, 새로운 치수기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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