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대응 난맥상 재난관리체계 재점검해야
오송참사 대응 난맥상 재난관리체계 재점검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8.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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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의 민낯이 또 드러났다.

잇단 위험 신호와 경보에도 일선 현장에서의 안일한 대처와 늑장 대응이 이번 참사 피해를 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국무조정실의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전날부터 지하차도 인근 제방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충북도부터 경찰과 소방의 신고센터까지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킨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다. 충북도의 재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감찰 결과를 보면 충북경찰청과 충북소방본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들이 시민들의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정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참사 발생 직전까지 경찰과 소방에 총 3번의 신고가 접수됐으나 신속 대응은커녕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2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 나가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신고 시스템에 입력해 사안을 종결했다.

충북도는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교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는데도 필요한 지하차도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았고,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범람 위기 통보를 받고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호강 임시 제방을 기준보다 낮게 축조하거나 부실하게 쌓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국무조정실도 공무원들의 안일한 상황 판단과 부실한 대응를 지적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시민들의 사전 경고 무시와 관계기관의 사후 대응 부실이 참사 원인으로 동시에 작용했다는 점에서 오송 참사는 지난해 10·29 이태원 압사 사고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당국만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잊은 것 아닌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이번 감찰 조사 결과에 따라 오송 참사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36명이다. 한 사고로 이처럼 많은 공무원이 형사 처벌 위기에 처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조실은 이와 별도로 직접적 지휘,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조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책임소재를 가려 잘못이 있는 공직자에겐 상응한 조처를 내려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방재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이 아직도 채 가지시 않았다. 그런데 또 지하차도 침수도 24명의 사장자가 발생하면서 정부 시스템과 우리사회의 병적인 구조에 대한 불신과 자괴감, 무력감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비탄과 자책만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되돌릴 수 없다. 후진국적 사고가 부른 참극의 현실을 반성하고 다시는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선진적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반복된 훈련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며칠간 한반도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전국의 사망·실종자가 50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올여름 같은 `극한 호우'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인명피해를 동반한 재난을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맞게 재난 대응 시스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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