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헌의 씨앗 한 톨
오늘 같은 밤에는/호미 하나 들고서/저 하늘의 별밭으로 가/점점이 성근 별들을 캐어/불 꺼진 그대의 창 밝혀주고 싶어라./초저녁 나의 별을 가운데 놓고/은하수 많은 별로 안개꽃다발/만들어 만들어/내 그대의 창에 기대어 놓으리라./창이 훤해지거든 그대/내가 온 줄 아시라.
심응문의 시에 정애련이 곡을 붙인 `별을 캐는 밤'을 듣다 보면, 세상사에 찌들어 복잡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별을 따다'라는 표현이 아닌 `별을 캐다'라는 말이 주는 느낌도 남다르다. 별을 딴다고 할 때는 높다란 나무에 열린 감이 떠오르면서 발끝에 힘이 들어가고 장대 끝을 따라 고개를 뒤로 젖게 되는데, 별을 캔다고 할 때는 이랑과 고랑이 물결처럼 보이는 감자밭에서 엉덩이 의자를 옮겨가며 호미질을 하다가 이리저리 튀는 흙덩이가 마냥 즐겁게만 여겨진다. `캐다'라는 동사(動詞)를 씀으로써 아득한 동경의 대상으로 묻혀 있던 별들을 파서 꺼낼 수 있게 되고, 차마 건드릴 수 없는 비밀을 지녔던 별들이 환하게 드러나 밝혀지게 된다.
동사를 바꾼 다른 보기들도 생각해보았다. 용기(勇氣)를 `껴안다'라고 하면 어떨까. 놓쳐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긴박한 용기의 형체가 성큼 다가오지 않는가. 또한 꿈을 `타다'라고 하면 어떨까.
가야금의 줄을 퉁기어 소리를 내는 듯하는 꿈의 연금술사가 한결 가까워지지 않는가. 동사를 바꾸어 목적어(目的語)의 놀이터를 한껏 풍요롭게 만들어보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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