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마음 챙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07.27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저울이 온갖 물건의 무게를 정확하게 재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0점 조정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사람도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선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거나 물들지 않은 지공무사하고 순수한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모든 종교의 기도, 수행 등의 궁극도 마음을 0점 조정해, 팔이 안으로 굽는 일 없는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말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함이다. 불교는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지공무사한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기독교는 제 안의 온갖 주견 및 욕심-욕망을 비워냄으로써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 없음'의 무아행(無我行)이 바로 불교의 궁극인 정사, 정어, 정업의 보살행일 뿐, 특별한 신통 묘용의 보살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분별 망상을 쉬고 마음을 0점 조정했다면, 0의 자리에도 안주함 없이, 상황 상황에 따른 반야 지혜를 발하며 시시비비를 가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독교도 현실을 외면한 채, 나 홀로 독야청청하며 일 없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임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이웃을 제 몸처럼 보살피는 참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한 군자와 반야 지혜를 밝힌 보살, 거듭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이 수행이고 기도며 마음의 0점 조정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 마음을 0점 조정하는 수행법에 대해 질문한다면, 여러 수행법 중에서도, 자신이 안주해 오던 오랜 우물 속의 삶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일 없이, 매 순간 온전히 깨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을 챙기는 수행법을 권하고 싶다. 그 어떤 주의-주장이나 견해 등에 물든 채,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 없이, 매 순간 오롯하게 깨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온전히 알아차리는 것과 관련, 달마대사는 “觀心一法(관심일법) 總攝諸行(총섭제행)” 즉, 마음 작용을 알아차리는 수행법이 모든 수행을 다 아우른다고까지 역설한바 있다. 온전히 깨어있는 파수꾼이 되어서 여섯 창문으로 도둑이 드나드는 것을 원천 봉쇄하라고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다.

지금 나는 어떤 생각과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하면서 신구의(身口意)로 삼업(三業)을 짓고 있는가?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에 노예가 된 채, 자신을 어둡고 탁한 오랜 우물 속으로 추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안의 온갖 주견 비워내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난 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행하며 낮은 곳으로 임하는 가운데, 이웃을 제 몸처럼 여기며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삶! 내 뜻이 아닌 하늘 뜻에 따르며, 성령의 도구로 온전히 쓰이는 가운데, 범사에 감사하며 그 무엇에도 걸림 없는 대 자유의 삶! 온전히 깨어있는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나아갈 때 나아가고 멈출 때는 멈추며, 물러설 때 물러서는 지혜로운 삶! 절로 절로 흘러가는 물처럼, 하되 함이 없는 무아행(無我行)으로 중생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모든 일이 그대로 수행이고 기도며 불공(佛供)인 환희심으로 넘쳐나는 행복한 삶이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