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와 고갯길 마케팅
하늘재와 고갯길 마케팅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7.1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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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최근 경북 문경시가 하늘재 옛길을 복원했다.

문경시는 2000여년만에 다시 열린 하늘재의 명품 옛길 조성 의지를 밝혔다. 하늘재 옛길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북구간이 복원된 하늘재는 충북이 오래 전에 선점한 고갯길이다. 하늘재는 죽령, 새재, 추풍령 등의 고갯길이 열리기 전 남북을 잇는 중요한 통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는 충북구간만 보존돼 있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기록을 보면 아달라이사금 3년(156년)에 고갯길이 열렸다. 그리고 유서 깊은 고갯길 중 충북구간만 2000여년 동안 보존됐었다.

하늘재에는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에서 정상(해발 525m)까지 완면한 경사지 옛길이 그대로 있다. 정상은 계립령(鷄立嶺)이다. 계립령부터 경북구간은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옛길 복원 전까지 아스팔트 도로였다.

충북의 국립공원 기획취재과정에서 여러 차례 하늘재 옛길을 걸어서 경북으로 넘었다.

그때마다 아스팔트 길의 경북구간과 비교도 안되는 충북의 잘 보존된 역사현장과 자연문화자원의 소중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았다. 유서깊은 지역의 자연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자원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하늘재는 문화재청이 명소로 지정한 월악산국립공원의 자연자원이기도 하다.

미륵리에서 정상부까지 천연림이 이어진 완만한 옛 산길이 있다. 정상까지 약 40~50분 가량 소요되는 이 길은 힐링코스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하늘재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미륵사지의 불교유산과 마의태자 전설 등 그에 얽혀있는 스토리도 있다.

우수한 자연문화자원을 보존했지만 이를 활용한 지역관광자원화 노력은 좋은 점수를 받기엔 미흡하다.

최근 본보의 기획시리즈 `지역소멸해법 국립공원에서 찾는다' 취재 과정에서도 하늘재 주변지역에 큰 변화를 느낄수 없었다.

국립공원 내의 강력한 규제와 자본 유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다.

그러는 사이 경북이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옛길을 복원하고 하늘재 마케팅에 나섰다.

백두대간을 공유하고 있는 충북과 경북의 고갯길 문화 선점 경쟁에서 충북은 늘 뒤쳐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재다.

문경시는 새재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과거길이자 영남대로를 복원했다.

드라마 세트장을 만들고 온천을 개발하는 등 관광자원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문경새재'라는 고갯길 명칭을 고착시켰다.

새재는 충북과 경북이 공유하는 고갯길 문화였지만 경북이 차지한 셈이다.

뒤늦게 충북이 `연풍새재'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문경새재'를 넘어서기는 역부족이었다.

충북과 경북의 새재 관련 관광자원화 경쟁력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경북이 과거길과 영남대로 마케팅을 할 때 충북구간은 콘크리트로 옛길을 포장하고 있었다. 옛길 복원 필요성에 대한 지역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지금의 흙길이 됐지만 `문경새재'를 `연풍새재'로 재인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새재 뿐 아니라 죽령 등 경북과 공유하는 백두대간 고갯길 문화에서 충북이 밀리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하늘재 고갯길 문화의 충북 선점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충북이 백두대간 고갯길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있는한 머지않은 시점에 하늘재 고갯길 문화도 경북에 내줄 수 밖에 없다.

충북의 적극적인 고갯길 마케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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