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도시 청주 만들기 역발상의 지혜 발휘해보자
꿀잼도시 청주 만들기 역발상의 지혜 발휘해보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7.06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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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노잼도시'를 치면 대전과 울산이 양대 산맥 구도를 형성하는 알고리즘이 등장한다. 알고리즘 표를 보면 대전과 울산에 지인이 올 경우 `집에 초대할 수 있음' 다음으로 `배달음식'이 나온다. 그런데 이어진 질문은 `이제 뭐하지…'다. 결론은 대전 `성심당 들리고 집에 보낸다', 울산 `바다 보여주고 집에 보내는 것'이다. 다르게 질문해도 결국 종착지는 똑같다. 요즘은 청주를 포함해 3대 노잼도시라는 말이 있다. 청주에 사는 MZ세대들은 우스겟 소리로 `성심당 없는 대전'이 청주라고 말한다. 얼마나 재미없는 도시이면 이런 불명예스런 타이틀이 붙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여행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을 하는 고재열 여행감독. 그가 청주를 재밌게 여행하는 법을 고민하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눈길이 갔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노잼도시 청주의 불온한 여행법',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발상이 흥미롭다. 그는 현대 청주 사람의 지배적 심상을 교육도시, 의뭉스러운 사람들, 노잼도시로 보고 이 심상을 역으로 생각해 반전시켰다. 교육도시·충절의 도시를 `반역의 도시'로, 의뭉스러운 사람들은 그것을 읽어내는 재미로, 노잼도시는 새로운 재미를 그려낼 수 있는 백지도시로 보면서 중심부의 주변성에 주안점을 뒀다. 광주나 대구는 주변부의 중심성을 느낄수 있는 도시라면 청주는 그 반대로 본 것이다.

그는 발칙(?)하게도 청주사람들의 세 가지 심상을 반전시켜 역으로 생각했다. 그의 글을 소개하면 이렇다. 이괄, 정여립, 홍경래 등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모반 사건으로 꼽히는 이인좌의 난이 청주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인좌의 고향이며 처음 발호한 곳이 청주다. 주동자가 청주 출신이고 청주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이인좌의 난은 영남 선비들의 난으로 해석되고 영남 차별의 근거가 된 부분이다. 모든 난은 주동자 중심으로 정의되는데 이인좌의 난은 다소 예외였다. 이 부분에서 조선 사회에서 청주가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고 봤다.

임금에게 청주는 꽤씸하지만 내칠 수 없는 곳이었다. 이인좌 난 이후 청주목에서 서원현으로 격하하기도 했지만 청주는 이내 지위를 회복한다. 1728년 이인좌의 난 이후 조선 중기 청주는 반란의 본향이었다. 1748년에 이지서가, 1763년에 이인좌의 난 주동자 중 한 명인 신천영의 조카 신정관이 제주에서, 1840년 한유의 후손 한해우가 난을 일으켰다. 보은에서 역모가 있을때 청주 사람 신필재가, 옥천에서 역모가 있을때 청주 사람 조철이 함께 했다.

반란의 아우라가 남긴 청주의 두 걸출한 인물로는 단재 신채호와 벽초 홍명희를 꼽았다. 아나키스트 신채호와 홍명희가 그린 임꺽정에서 `반란의 박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청주는 절대 노잼도시가 될 수 없는 곳이다. 노 감독은 청주는 노잼도시의 탈을 쓴 `핵잼 도시'라고 말한다. 반역의 도시 청주와 중심부의 주변성으로 청주인의 의뭉스러움이 설명된다고 했다. 가만이 있으면 중심부에 끼워주는 것을 역사적으로 경험하고, 그들에게 본심을 숨기도록 이끌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반역은 현대에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괄, 정여립, 홍경래 등 조선시대 반역자들은 현대에 재평가 됐다. 현대에 욕먹는 반역은 별로 없다. `모순 타파'의 몸부림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청주에서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었다. 반역의 도시만 잘라서보면 `펄쩍'뛸이다. 교육과 충절의 고장을 반역의 도시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청주 사람의 심상을 역으로 생각해 반전시켰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재미있다'는 주관적인 척도다. 전 연령층을 다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꿀잼' 도시를 만들겠다고 걷는 길을 만들고 시설만 짓는다고 `노잼'도시 꼬리표를 뗄수는 없다. 오히려 백지도시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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