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국립도서관 직지 속 콘텐츠 펼쳐보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지 속 콘텐츠 펼쳐보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7.0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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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
청주의 미래유산 C-콘텐츠로
② BNF에서 만난 직지 원본, 그 가치를 보다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展
獨 구텐베르크 성서와 나란히
원본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
세계인쇄술 역사의 한페이지
最古 금속활자본 의미 더해
기술·철학·사상 등 조명

 

직지심체요절(1372년 간행)이 청주의 대표 콘텐츠로 성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까. 청주의 문화산업의 과제가 된 `직지'의 현실을 새롭게 논의하는 첫 걸음은 프랑스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이하 BNF)에 소장되어 있는 직지 원본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직지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은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석 달 동안 특별전을 열고 직지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이라는 이름의 전시다. 비록 우리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한국의 자랑스러운 인쇄 문화를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0년 만에 BNF의 어둑한 서고에서 나와 독일의 구텐베르크 성서와 나란히 전시되면서 국내외에서 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금속활자의 역사를 다시 질문하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국민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직지를 직관하고자 BNF를 방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지가 C(청주)-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라는 긴 수식어를 지닌 직지가 가진 자체적 가치와 직지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한데 아우르는 데서 첫걸음을 떼야한다. 세계역사학계내에서 명확히 논의돼야 하는 부분을 짚고, 직지의 고장 청주를 알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지 전시 모습.

 

50년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직지

나탈리 쿠알리 “기술, 철학, 사상, 제작연도 등 모든 것을 담아낸 직지의 가치 주목해야”

파리 방문 첫날, 직지 원본을 보기 위해 찾은 전시장은 이른 시간임에도 단체로 관람 온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체험학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세계인쇄사를 실물로 견학하며 공부할 수 있다는 도서관 교육 여건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시장은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해 손님을 맞았다. 첫 코너인 `구텐베르크 이전의 유럽'에서 그토록 고대했던 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으로 연출한 전시장은 전시 도서가 돋보이도록 조도를 낮춰 `직지' 책을 비추고 있었다. 단아한 모습으로 나들이 나온 `직지'는 600여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은은한 묵향이 전해져오는 듯했다. 책 모서리에는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고 쓴 한자가 또렷하게 남아있고, 나비가 날갯짓하듯 펼쳐진 본문에는 누군가의 손 글씨와 붉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 나와 행간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려주고 있었다.

50년 만에 대중 앞에 나오게 되면서 BNF는 직지에 대한 연구가 한층 깊어졌다. 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의 중요성과 문화재를 보존하는 기관으로서의 고민은 전시와 보존의 가치가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나탈리 쿠알리 BNF 희귀 서적 서고 사서 담당자는 “전시를 준비할 때부터 많은 연구를 했다. 전시장의 조명의 밝기나 벽면, 어떤 페이지를 전시할 것인가, 관람 동선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연구자들이 논의했다”며 “책은 빛에 오래 노출되면 훼손된다. 이를 고려해 조명도 가장 낮은 것을 사용해 천장에서 빛을 쏘면서도 관람객들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벽면도 흰색 종이로 제작해 보완했다”고 전했다.

이어 “책 전시를 준비하면서 직지나 구텐베르크 성서의 어떤 페이지를 전시장에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서 “직지의 경우 직지의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페이지이면서 독자의 흥미를 촉발할 수 있는 페이지로 정했다”고 들려줬다.

전시를 보기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을 찾은 관람객들.
전시를 보기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을 찾은 관람객들.

희귀 도서 보존 연구자로서 직지의 가치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탈리 쿠알리 사서는 “직지는 책이라는 콘텐츠에 모든 것을 담아냈다. 기술과 철학적 사상, 제작연도, 장소 등 기록으로의 모든 것이 들어있어 놀라웠다. 이런 것에 대한 직지의 가치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면서 “전시가 끝나면 책 직지도 쉬어야 한다. 전시를 위해 많이 노출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훼손을 줄이는 가능한 방식을 밟고 다시 서고로 돌아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전했다.

BNF의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기획전은 세계의 활자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구텐베르크 성서로만 귀결되는 금속활자만이 아닌 세계의 활자인쇄술에 대한 조명이기도 하다.

나탈리 쿠알리 희귀 서적 서고 사서.

 

전시 기획을 보면 “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술의 발전 역사를 돌아보고 그 성공의 비결을 추적함으로써 인류의 가장 뛰어난 발명인 인쇄술을 조명한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인 <프로타 판목(Bois de Protat·프랑스 또는 독일 남부, 1400년경)>,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인 <직지(한국, 1377)> 그리고 유럽 최초의 활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경(독일, 1455년경)> 등 중요 소장자료들을 최초로 동시 공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겐 직지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나탈리 쿠알리 사서는 “이번 전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 금속활자가 갑자기 발명된 게 아니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며 “구텐베르크를 시작으로 상업적 인쇄문화가 발달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활자를 활용하고 연구되었다는 것을 프랑스나 한국, 독일의 활자판이나 책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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